[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5] 경호원들의 활약이 빛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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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시여! 제 친구 핀티아스 대신 저를 감옥에 가두시고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일들을 정리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핀티아스가 약속한 대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만약에 그가 제날짜에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제가 그를 대신해 죽겠습니다.”
- 제임스 M 볼드윈 ‘50가지 재미있는 이야기’ 수록 ‘핀티아스와 다몬의 우정’ 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의 사저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는 동안 소주병이 날아왔다.
범인의 이상행동을 먼저 알아차린 경호원이 “기습이다” 하고 소리쳤고
재빠른 방어에 나선 덕에 큰 피해 없이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지켜야 할 대상의 안전만을 생각하며 매와 같은 눈으로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한 경호원들의 활약이 빛난 순간이었다.
부모님을 모두 총탄에 잃었고 자신 또한 커터 칼 테러를 당한 적 있어
본능적으로 놀라는 게 당연한데도
박 전 대통령은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큰 동요 없이 기다렸다.
상황이 정리되자 여유 있는 웃음을 보이며 잠시 끊겼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오랜 정치 경험에서 축적된 담대함이었겠지만
경호원들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크고 단단했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디오니시우스왕은 핀티아스라는 청년을 오해하고 반역의 죄를 물어 사형을 언도했다.
핀티아스는 변명하지 않았지만
고향에 가서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다.
친구 다몬도 핀티아스를 믿는다며
만일 그가 돌아오지 않을 때는 대신 죽겠노라 약속했다.
우여곡절 끝에 핀티아스는 돌아왔고
왕은 두 사람의 우정을 부러워하며 그들 모두를 풀어주었다.
어떤 이들은 세상을 탓하고 남을 원망하느라 인생을 소모하고 사회를 어지럽힌다.
어떤 불행에도 타인의 선한 마음을 믿고 자신을 성찰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을 구하려고 자신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를 지키는 힘은 묵묵히 자기 몫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아무리 큰 위험이 닥쳐도 세상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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