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내 고향 ‘용산’
필자의 본적은 서울 용산구 용산동 3가, 국방부 일대다.
이북에서 월남한 선친이 직업 군인으로 복무할 때
현 국방부 청사 가까이 살면서 호적을 얻었기 때문인 듯하다.
제대 후 한동안 성북구에 살다가 1977년 용산으로 돌아왔다.
그후 45년 동안 용산에서 살았다. 선친도 용산에서 살 때 돌아가셨다.
누군가 고향을 물으면 나는 “용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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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엔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한남동엔 재벌, 한강로엔 매춘부, 용산동엔 미군이 살았다.
필자가 다니던 공립 초등학교에도 한강 변 맨션에 사는 부잣집 학생,
길 건너 공무원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 학생,
철길(경의중앙선) 밖 서민집 학생이 어울려 다녔다.
철길에서 국방부에 이르는 한강대로 일대가
해방촌과 함께 용산의 대표적인 서민 동네였다.
20년 전 ‘동창 찾기’ 사이트가 유행할 때 재상봉 기회가 있었는데
‘철길 밖’ 친구들이 ‘한강 변’ 친구들보다 더 많이 성공해 놀란 적이 있다.
▶상전벽해한 곳도 주로 그 동네다.
초등학생 때 개구리 잡겠다고 월담을 했다가 쫓겨난 미군 골프장 일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가족공원이 됐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꼽힌다.
풍수가 안 좋아 기업이 멀리한다던 한강대로엔
서울 건축의 명작인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들어섰다.
홍등가 자리는 고급 주상복합으로 바뀌었다.
개발에서 소외된 경리단길은 한국의 골목길 상권의 원조가 됐고,
서울의 청춘 핫플레이스가 된 해방촌은 ‘HBC’란 이름으로 외국인의 사랑까지 받는다.
▶한강대교에서 국방부를 잇는 한강대로 일대는
일제가 일본군 기지를 위한 병영 주거공간으로 개발했다.
‘남쪽의 병영’을 뜻하는 남영동처럼 지명에도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해방 후 국군과 미군이 같은 자리에 들어서면서
나라를 지키는 큰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군 기지인 덕에 개발이 안 돼 용산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 들어설 공간이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자리로 옮기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구중궁궐 청와대를 벗어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공원이 된다고 한다.
그 터에 멋진 미술관과 박물관까지 생기면 금상첨화일 듯 싶다.
하지만 현 정부가 “무리”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올해 봄꽃 만발할 때 청와대를 통해 북악산을 오르려 했는데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반대하는 용산구민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시위대까지 딸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엔 명암이 있다.
여하튼 본적지 일대가 대통령실이 된다니 개인적 감회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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