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박은주] ‘청와대’가 혐오 시설이 된 시대

colorprom 2022. 3. 19. 14:55

[박은주 LIVE] ‘청와대’가 혐오 시설이 된 시대

 

당선인, 청와대 안 쓴다 하니 삼청동 효자동 부동산 들썩
좌파식 ‘혐오 선동’의 유산… 종교·지식인, 소방수 자격 있나

 

입력 2022.03.19 03:00
 
 
청와대 전경 /뉴스1

 

“용산이 뭘 잘못했다고 용산한테 이런대요?”

“나 2번 찍었는데 시위 나가야 하나?”

“시장에게 물어는 봤나”

“두고 보자 권영세”.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에 생길 것 같다는 보도에 기자가 속한 용산 주민 단톡방이 불났다.

고도 제한 생긴다, 시위대 몰려온다, 길이 통제된다….

아모레퍼시픽, BTS 사옥이 들어오자 뛸 듯이 기뻐한 주민들이

‘대통령’ 얘기에 덴 듯이 걱정한다.

 

‘청와대=혐오 시설’이라는 말에 웃었다.

대통령이 떠난다는 소식에 삼청동, 효자동 부동산은 벌써 기대감에 들썩인다고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 곁으로 가겠다고 한다.

혼밥 하지 않겠다, 국민 앞에서 숨지 않겠다.

지난해 출연한 오락 프로그램을 다시 보니,

당선인은 그때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다.

 

주민들은 이런 마음이다. “님아, 그 이사 하지 마오.”

노원, 성동, 강남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통령의 능력 자질, 성향과 상관없이 ‘대통령’ 자체가 ‘정치적 혐오 시설’이 됐다.

 

대통령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다 그랬다.

 

대통령을 ‘혐오’의 대상으로 지목한 ‘대단한 공’은 좌파에 있다.

압도적으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시위’를 겪고 ‘쥐박이’로 불렸다.

시위대가 청와대로 몰려가는 광경이 군사정권 이후 재연됐다.

“대통령 사는 동네라 도둑이 없다”던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시위 때문에 못 살겠다”는 말이 나왔다.

 

탄핵 이후,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는 시위대가 보수 세력으로 바뀌었다.

효자동 상가 건물이 급매로 나왔다는 말이 들렸다.

 

20대 대선을 두고 ‘만원 내기’ 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기면 좋고, 지면 섭섭해야 내기가 된다.

후보는 물론 그 지지자까지 불구대천 상대로 봤다.

멱살잡이 안 하면 다행이지 ‘이회창에게 오만 원’ ‘노무현에게 삼만 원’식 내기는

아예 불가능했다.

 

전남 목포와 경남 거제 사이, ‘표 차’가 있었다.

윤석열 당선인의 득표 수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것을 빼면 24만표.

전국 162개 시군 중 인구 규모 46위인 경남 거제 시민이 25만명,

47위인 전남 목포 시민이 23만명 정도다.

그 차이가 당선인과 무직을 갈랐다.

 

선거 전 “저 사람 되면 이민 간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양쪽이 서로 “그자가 후보가 된 게 대한민국 수치”라고 했다.

미국, 베트남, 일본, 호주 다양한 선택지가 나왔다.

“서울처럼 스크린 도어가 거의 모든 지하철 역에 설치된 나라를 본 적 있나”

“음식 배달, 인터넷이 우리처럼 빠른 나라를 봤나” 이렇게 물으면 잠잠해졌다.

‘이민’은 포장 이사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이민 가서도 한국 뉴스만 본다.

결국 한국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다.

 

선거가 끝났지만 국민 열 명 중 넷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다.

선거 후 여론조사에서 ‘당선인이 국정 수행 잘하지 못할 것’이란 응답이 41.2%가 나왔다.

예상보다는 ‘기원’이나 ‘바람’이다.

 

그 불에 기름을 얹는 세력이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명망가 신부는 자기 페이스북에 다섯 자를 올렸다. ‘콜걸이란다’.

저열한 여성 혐오 글은 얼마 후 삭제됐다.

2030은 여혐과 남혐으로 갈라졌다.

선배 세대는 ‘2030에게 찍히면 죽는다’며 모른 척한다.

과장된 혐오 논리에 지식인이 편승해 ‘좋아요’를 노린다.

‘혐오 공작 열차’에 지식인, 종교인이 먼저 탑승해 자리를 잡았다.

배운 사람들이 이래도 되나.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씨가 말했다.

“지금 가장 괴로운 것도 그들이다. 자기 신념과 반대로 세상이 돌아가니.”

고소하지만 해결책은 못 된다.

 

분노와 좌절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부를 것이다.

소방수가 될 종교인, 지식인은 어디 계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