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26] 신시경종
신시경종(愼始敬終)은 이미 ‘춘추좌씨전’에서부터 등장한다.
임금의 마음가짐은 시작함을 신중하게 하고 끝마침을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마침내 곤경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당나라 명신 위징(魏徵)이 당 태종에게 올린 글에서도
“처음에 시작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능히 끝을 잘 마치는 자는 거의 없습니다”라며
“나태하고 게을러질까 두려울 때는
반드시 일의 시작을 신중히 하고 일의 끝을 잘 삼가야 한다는 것을 떠올려야 합니다”
라고 했다.
우리 역사에서는 한명회가 세상을 떠나며
전 사위이기도 했던 성종에게 유언처럼 당부한 말이 바로 신시경종이다.
이때 조심하라는 것은 다름 아닌 간신배들의 아첨이다.
군주가 조금만 마음을 게을리하면 곧바로 이런 아첨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얼마전 윤석열 당선인이 집무실에 처음 출근했을 때 일이다.
여러 사람들이 인사말을 하는 가운데 원희룡 기획위원장이
“당선인의 뜻을 저희들이 잘 담아서 운운(云云)”이라고 하자 곧바로 윤 당선인은
“당선인의 뜻이 아니라 우리가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신시(愼始)의 한 사례다.
문제는 이 마음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승만, 박정희 전(前) 대통령도
바로 경종(敬終)하지 않아 위대한 업적에 스스로 오점을 남겼다.
신시경종의 성패(成敗)는 고스란히 인사(人事)에 달려 있다.
수천년 전 은나라를 세운 탕왕이 한 말이 ‘논어’ 말미에 실려 있다.
“죄지은 자를 감히 (내 마음대로) 용서하지 못하며
상제의 신하[帝臣]를 제가 감히 숨길 수 없으니
인물을 간택하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제의 마음[帝心]에 있는 것입니다.”
하긴 멀리서 사례를 구할 것도 없다.
아첨꾼들만 골라 쓰다가 국정을 망치고 정권을 빼앗긴
현(現) 대통령만 반면교사로 삼아도 신시경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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