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2] 선거 개표의 밤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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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 -
맥베스 만세, 글램즈 영주 만세!
맥베스 만세, 코더 영주 만세!
맥베스 만세, 곧 왕이 되실 분 만세!
뱅쿠오 장군 -
만약 너희가 시간의 씨앗을 들여다볼 수 있어,
어떤 씨가 자라고 자라지 않을지를 안다면 내게도 말해다오.
마녀들 -
맥베스보다는 못하나 더 위대하도다.
맥베스보다는 못하나 더 행복하도다.
왕이 되지는 못하나 후손이 왕이 되리니.
- 셰익스피어 ‘맥베스’ 중에서
교차로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길을 물었다.
답을 하고 나란히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유튜브에서 여당 후보의 욕설을 들어봤냐고 내게 물었다.
그런 사람이 어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은 여당 지지자였는데 그의 고민은 좀 더 현실적이었다.
현 정부가 세금을 너무 올려서 정권 교체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1번을 버릴 정도로 2번 후보의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말이었다.
줄거리를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맥베스’는
아들을 얻기 위해 이혼과 참수와 재혼을 반복한 헨리8세의 사후,
피비린내 나는 왕위 계승전의 끝에서 완성된 희곡이다.
왕관은 아들에게서 생질녀의 딸로,
다시 장녀에게서 앤 불린의 딸, 엘리자베스에게 넘어갔다.
후손이 없던 여왕의 뒤를 이은 제임스1세는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폐위되고 목이 잘린 스코틀랜드 여왕의 아들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치세에 태어나 작가로 살았지만
제임스1세 시절에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그중 ‘맥베스’는 강직한 뱅쿠오 장군의 후손임을 암시함으로써
왕의 정통성을 천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왕의 권위는 혈통에서 나오지만
대통령의 자격은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낼 것인가에 달렸다.
맥베스가 실패한 것도,
마녀의 예언과 아내의 충동질 덕에 왕이 되긴 했으나
세상을 위한 비전을 스스로 갖지 못한 탓이었다.
부조리했던 5년을 견디고
다시금 부강한 나라, 잘사는 국민을 위해 일해 줄 리더를 기대하는
많은 유권자의 잠 못 드는 밤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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