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8] 세금 도둑이 너무 많다

colorprom 2022. 2. 9. 08:17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8] 세금 도둑이 너무 많다

 

입력 2022.02.09 03:00
 
 
 
 
소설 '오베라는 남자' 표지

 

“정말 신기한 건,

관료들이 정한 법을 제일 먼저 어기는 사람들이 관료들 본인이라는 사실이에요.”

기자가 말했다.

“지난 7년간의 입출금 내역도 확보했습니다.”

와이셔츠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헤매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과거를 진지하게 파기 시작하면,

대개는 그 사람 혼자만 간직하는 게 낫겠다 싶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죠.”

-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 중에서

 

경기도지사였던 대선 후보의 아내가

“남편이 좋아한다”며 한우와 샌드위치 등을 구입하는 데 법인 카드를 썼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고 말한 적 있다.

사익을 위해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것이 엄연한 도둑질이라는 뜻이다.

 

청소년 방역 패스를 강요해온 질병청은

소속 공무원과 가족, 그들 자녀의 백신 접종 현황 자료를 공개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두 차례나 거부했다.

솔선수범했다면 떳떳하게 내놓았을 것이다.

 

오베는 근면하게 일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왔지만

국가의 도움을 받은 적은 없었다.

부모가 남겨준 집은 도시 개발이란 명목으로 빼앗겼고

하반신 마비가 된 아내를 위해 수없이 탄원했지만 아무런 배려도 받지 못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친구를

그의 아내가 반대하는데도 요양원에 강제 이송시키려 하자

오베는 사회복지과에 항의한다.

 

뜻을 같이한 지역 신문 기자는

요양원 사업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해온 정황을 포착한다.

 

숨길 게 많은 담당자는 그제야 물러선다.

 

와이셔츠로 대변되는 권위적인 관료들,

나랏일 한다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 훔쳐온 자들에게서

오베가 얻어낸 작은 승리였다.

 

‘누구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

범속함을 거리낌 없이 찬양해대는 세상’이다.

 

자신과 가족만 위하면서 입으로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들 대신,

원칙을 지키며 실천하는 사람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청렴과 정직과 헌신을 증명하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성공하며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길 바라는 것은 이젠 너무 큰 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