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때부터 몹쓸 짓… “아버지 죽은 후에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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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가명)씨는 자신을 친부 성폭력 피해의 ‘생존자’라고 말했다.
고통만을 안겨주는 집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10대가 도망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고,
가해자인 친부가 죽고 나서야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윤씨는 “유치원 때부터 아버지는 사랑과 관심이라는 명목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제 몸이 아프고 따가웠고 불쾌했지만
나를 가장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할 존재였기에 대항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늘자 성범죄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는 엄마와 딸이 모두 자신의 여자라고 착각하며
우리 둘을 성적으로 비교했지만 이것이 성폭력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몸과 정신이 점령당했다”며
“이 범죄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야만 버틸 수 있었기에 기억을 억압했다”
고 말했다.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당시에는 아버지를 신고하지도 못했다는 하윤씨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피해를 고백하기로 했다.
그가 용기를 낸 건 의붓아버지에게 학대와 성범죄를 당한 여중생과 그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른바 ‘청주 여중생 사망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의붓딸을 여러 차례 성추행하고 그의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오늘 선고가 두 아이가 편히 웃을 수 있는 결과인지 의문”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었다.
하윤씨는 “친족 성폭력 가해자와 방관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했다.
하윤씨 외에도 다른 피해자 4명이 함께한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함께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현행법에서 13세 미만 미성년과 장애인을 상대로 한 강간 범행은 공소시효가 없다.
다만 미성년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에는 공소시효 10년이 적용된다.
친족 성폭력 피해의 특성상 고소를 결심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에
13세를 초과한 미성년 피해자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2019년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친족 성폭력 피해를 입은 지 10년이 넘어 상담을 받은 이들이 55.2%에 달했다.
충북법무사회가 주관하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의 공동 기자회견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충북 청주시 다락방의 불빛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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