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한복 공정’

colorprom 2022. 2. 7. 09:05

[만물상] ‘한복 공정’

 

입력 2022.02.07 03:18
 
 
4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중 한 명으로 소개됐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이 한창이던 2004년 중 외교부 부부장이 서울을 방문했다.

그가 “한국에서 간도를 ‘조선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고구려가 중국의 소수민족 국가였다고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당시 NSC 사무차장 회고록에 나온다.

 

동북공정이 단순한 역사·문화 왜곡이 아니라

북한 급변 등을 대비해 만주 영유권 분쟁의 불씨를 없애려는 의도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 무렵 중국은

한국 관광단이 ‘옛 영토 찾기’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다니는 데 민감해했다.

 

▶2016년 새해 시진핑 주석 책상에 등장한 사진 7장 중 3장이 소수 민족 관련이었다.

시진핑이 조선족 마을을 방문하고, 위구르족·티베트족 대표 등과 환담하는 장면이다.

위구르와 티베트는 중국의 대표적 민족 분규 지역이다.

조선족은 55개 소수민족 중 유일하게 세계 10위권 모국(母國)이 있다.

몽골족·키르기스족 등과 비교할 수 없다.

 

중국은 재작년부터 조선족 교과서에서 한글을 퇴출하고 있다.

한글·중국어 병기 교과서를 못 쓰게 했다.

조선족 자치구 인구가 급감해도 방치한다. 조선족 흡수 공정이다.

 

▶중국은 단오제, 고구려·발해사(史), 백두산 등이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파오차이(김치)가 중국 전통 음식’이고

‘한복(韓服)은 수·당 복장 계승’이라는 주장까지 버젓이 하고 있다.

 

과거 한국 정부는 중국의 왜곡과 억지를 좌시하지 않고 항의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한 이후엔

침묵하고 있다.

문 대통령 특사가 홍콩 행정장관이나 앉는 하석(下席)에서 시진핑을 만났는데도

가만있었다.

시진핑이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고까지 했는데도 그냥 넘어갔다.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등장했다.

중국 국기(國旗)를 전달하는 소수민족 사이에

분홍 치마와 흰색 저고리를 입은 여성이 카메라에 잡혔다.

외국인이 보면 ‘한복’을 중국 문화의 일부로 오해했을 것이다.

 

중국 국회 격인 전인대가 열리면 소수민족 대표는 전통 옷을 입고 참석한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도 ‘한복 여성’이 나왔다.

 

그때와 달리 우리 국민이 분노하는 건

그동안 쌓인 반중(反中) 정서가 폭발 직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이웃 문화를 ‘원래 중국 것’이라며 삼켜온 역사가 있다.

조선족을 빌미로 한국 문화도 중국의 일부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중국은 이웃과 평등에 기초한 교류를 해본 적이 없다.

조공(朝貢) 외교 뿐이었다.

 

침묵하고 있으면 상상 못할 ‘공정’도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