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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부르는 건설현장]56억 공사, 불법 재하청 거치자 44억 샜다

colorprom 2022. 2. 7. 08:48

56억 공사, 불법 재하청 거치자 44억 샜다

 

[부실 부르는 건설현장] [上] 대형 사고마다 재하도급 만연
시공사 “하청업체 감독 나가면 갑질이라며 트집, 점검 어려워”

 

입력 2022.02.07 03:23
 

2018년 9월 6일 밤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더니

벽과 기둥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이날 낮 유치원생 117명이 수업 받았던 곳이다.

바로 옆 공사 현장에서 흙이 무너져 내리는 걸 막는 벽이 붕괴된 탓이었다.

대형 참사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난 2018년 9월 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 아래 공사현장의 옹벽붕괴로
상도유치원 건물이 심하게 기울어져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가운데
동네 주민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조인원 기자

 

검찰이 작년 말 이 공사장 안전 책임자 등 7명을 기소했는데,

이 현장에서도 ‘불법 재(再)하도급’이 있었다는 게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현행법은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 공사를 따낸 회사가 그중 일부를 다른 회사에게 맡기는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한 번만 허용한다. 이 빌라 공사를 맡은 A사는 B사에 7억5000만원에 토목 공사를 맡겼고, B사는 다시 C사에 5억4000만원을 주고 이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 줬다. 전문가들은 사라진 2억1000만원이 사실상 B사가 일감을 나눠주는 대신 차지한 ‘통행세’라고 말한다. 이렇게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현장에선 비용을 아끼려 비숙련 인력을 쓰거나 싼 건설 자재 등을 사용해 공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건설 사고의 근저에 이런 불법 재하도급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수년간 각종 건설 참사에서도 드러났다. 작년 6월 철거 중인 건물이 버스를 덮쳐 시민 9명이 숨진 광주광역시 학동 참사도 그중 하나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철거 공사를 56억원에 하도급 줬고, 한솔은 백솔건설에 12억원 규모로 재하도급을 줬다. 이 과정에서 한솔은 철거 공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44억원을 가져간 셈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지자체나 시공사는 불법 재하도급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청업체가 누구와 일하는지 감독하겠다고 하면 대형사의 ‘갑질’로 트집 잡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현장에 누가 와서 일하는지 다 단속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