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MZ세대의 지지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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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가
소셜미디어(SNS)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을 일컫는 ‘인플루언서’다.
‘좋아요’와 댓글로 먹고산다는 이들이 입는 옷은 곧 유행하고, 내뱉는 말은 철학이 된다.
이른바 ‘플렉스(자신의 부를 뽐내는 것)’ 문화로 대표되는 재력도 부럽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3억명이 넘는 1997년생 카일리 제너의 자산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이라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녀를
“소셜미디어가 낳은 첫 번째 청년 억만장자 스타”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선 이 인플루언서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벼락출세’한 이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건
가장 큰 우군(友軍)이었던 MZ세대가 마음을 돌렸을 때부터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구독자 190만명의 뷰티 유튜버가
모든 영상을 내리고 활동을 접는 데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강 뷰 아파트에 사는 금수저 이대녀(20대 여자)’의 삶은
치밀하게 기획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고,
그녀가 자랑하던 1000만원짜리 샤넬 백도 가짜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팔로어들의 응원을 배신으로 되갚거나,
요행수로 상황을 모면하려던 이들도 오래가지 못했다.
한 유명 보디빌더의 배우자는 가짜 운동복을 판매하다 사과하고
쇼핑몰을 닫아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정작 이 부부는 수억원대 외제 차를 굴리고,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다녔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분노했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 역시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유명 해외 브랜드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팔로어들은 ‘법적 조치’ 운운하면서도 알맹이는 없고 횡설수설뿐인 해명에
두 번 실망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은
대통령 후보부터 기업 CEO까지 구애하지 못해 안달이라는
MZ세대의 가치관과 지향성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이를 ‘변덕스러운 대중’이라 표현하겠지만
겉과 속이 다른 위선에는 누구보다 빨리 마음이 식을 수 있다는 것.
또 요행수가 통하지 않는 세상을 원하고,
성공하더라도 진실되고 겸손히 굴라는 것.
어쩌다 뜬 이들의 자랑질에는 날 선 반응이 이어지지만,
축구 선수 손흥민의 수퍼카와 호화 주택에는 “월드 클래스”라는 선플이 달리는 이유다.
MZ세대가 3월 대선 결과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가 될 거라고 모두 입을 모은다.
한 후보는 기본 소득을 통한 ‘기회의 평등’을 얘기하고,
또 다른 후보는 “민지(MZ세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며 ‘공정과 정의’를 띄운다.
갑자기 대선의 주요 변수로 등장한 이 세대를 향한 매력 어필 방법론을 두고
백가쟁명식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해답은 한때 잘나간 인플루언서들의 흥망성쇠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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