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文에 맞선 尹 가장 상징성 있지만… 전 후보 아우르는 공정 경선 만들 것”
[논설실의 뉴스 읽기] 최승현 논설위원이 만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입력 2021.08.20 03:00
이준석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각 후보 측이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면서 4·7 재·보선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확보한 청년 세대들 관심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며 “당대표로서 당의 확장성을 키우는 데 더욱 전념하겠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제1야당 국민의힘이 대선을 7개월여 앞둔 가운데 당대표와 일부 대선 주자들이 뒤엉켜 충돌하는 내홍에 휩싸였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은 이준석 대표를 향해 ‘경선 관리가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이 대표측은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중진들이 당을 흔들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이 대표 간 ‘통화 녹취’ 공방까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해 야권 전반이 총체적 혼돈에 빠진 형국이다. ‘다중분열’이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각종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 대표를 18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난 데 이어 19일 전화 통화로 인터뷰했다. 이 대표는 “현재 제기되는 논란들은 모두 제 생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경선 과정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전 후보를 아우르며 철저하게 공정할 것”이라고 했다. “경선 과정에서 각 후보 측이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면서 4·7 재·보선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확보한 청년 세대들 관심이 다시 동요하고 있는데 당의 확장성을 키우는 데 전념하겠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원 전 지사와의 ‘통화 녹취’에서 ‘곧 정리된다’는 언급이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는 의혹을 받을 만하다.
“전체 녹취록은 이미 원 전 지사 측에 보내줬다. 더 이상 대응할 생각은 없다. ‘곧 정리된다’는 건, 당 내부 갈등이 마무리된다는 뜻이다. 여의도연구원 조사에서 최근 내부 논란이 당과 후보들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 국면이 길게 갈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이 정리된다’는 취지라고 주장하시니 무슨 목적인지 잘 모르겠다.”
-통화 녹취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게 아니라 휴대폰의 기본 기능이라 별 생각 없이 써왔던 것이다. 앞으로는 그 기능을 꺼놓으려고 한다. 아예 통화 녹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아이폰을 살까 하는 생각도 있다.”
-윤 전 총장과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
“당내 인사 중에선 사석에서 윤 전 총장과 가장 많이 만난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수차례 회동에서 대화가 안 되는 부분을 느낀 게 전혀 없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이 밀 수 있는 가장 상징성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문 정권의 탄압에 맞서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심정적 응원을 하면서 깊은 유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앞으로는 얼마나 확장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전통적 지지층 뿐 아니라 젊은 세대,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해 광폭의 스펙트럼을 보여줬으면 한다. 젠더 이슈 등 공정도 여러 갈래가 있기 때문에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한다.
“입당 날짜,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녹취록 등이 우리 쪽에서 유출됐다고 의심하면서 그런 말까지 나오는 것 같다. 유출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당대표가 이런 내용을 언론에 흘려 이득 볼 게 뭐가 있나. 특히 윤 전 총장 같은 유력 대선 후보의 전격 입당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서 언론에 ‘깜짝 공개’를 해야 극적인 효과가 커지는 것 아닌가. 중간에서 여러 가지 오해를 만드는 분들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윤 전 총장 측 정진석 의원의 ‘돌고래·멸치’ 발언에 ‘하이에나’로 응수하며 논란을 빚었다.
“내 나이가 젊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무례하고 오만해 보였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정 의원의 ‘돌고래·멸치’ 발언은 다른 후보들과의 공정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당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 측 일부 인사들은 ‘돌고래 굶겨서 멸치 사이즈로 만들겠다는 거냐’는 식의 오해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윤 전 총장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난다’고 했던 동영상이 돌았다.
“지난 3월 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국면에서 촬영한 유튜브였다. 당시에는 안철수 대표처럼 윤 전 총장도 당 밖에 있었다. 당 밖 인사가 서울시장과 대통령이 된다면 당 사람으로서 그래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이었는데 엉뚱하게 해석된다. 단일화 승리와 당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을 뿐이다.”
- 주자들의 의사를 확인도 않고 토론을 너무 밀어붙였던 것 아닌가.
“경준위 아이디어였다. 어차피 선관위 구성되면 20차례 토론을 할 텐데 경준위에서 2차례 토론을 더 하는 게 내 입장에서 뭐 그리 중요하겠나. 다만 코로나 시국에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는 축제 같은 경선을 만들기 위해선 활발한 토론과 메시지 경쟁이 수만 명을 거느린 조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멸치’로 지목됐던 후보들이라도 국민 앞에 자기 생각을 풀어놓으면서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는 포용적 경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모든 게 박근혜 당시 유력 후보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상황이 내게는 폭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달랐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던 후보 간 ‘2대2 팀 토론 배틀’은 꼭 하고 싶다.”
-주자들보다 당대표가 돋보이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불참했던 당 주최 봉사활동 행사나 간담회에 대해 ‘당대표가 대선 주자들 줄 세우려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원래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교육 봉사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일회성, 전시성 봉사활동이다. 그 행사가 내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당 안팎에서 오해되고 있는 측면이 많다. 당대표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얻어맞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계속 맞으니까 누적돼서 힘든 측면도 있다.”
-경선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의 선관위원장설도 논란이다.
“선관위원장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최고위원들과 긴밀하게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것이다. 다만 선관위원장은 경선의 심판이기 때문에 선수라고 할 수 있는 각 후보 측에서 어떤 사람을 지목해 추천하거나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경우가 있었다. 선수가 심판을 정하면 ‘동네축구’ 되는 것 아닌가. 엄격하게 결정하겠다.”
-유승민 전 의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당대표 되고 나서 통화 한번 한 적 없다. 유 전 의원뿐 아니라 홍준표 전 대표를 민다는 말도 나왔다. ‘치맥회동’ 당시에는 ‘이준석이 윤석열에게 몰아주기로 했다’,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선 후보로 만들려 한다’는 말도 돌았다고 한다. 말이 되나. 소설이다. 특정 후보의 유불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는 내지 않는다.”
-당대표가 당 분란의 원인 제공자처럼 비친다.
“여러 조언을 듣고 있다. 각 후보 캠프의 공격에 응대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많다. 웬만하면 후보 측과 갈등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가끔 묵과할 수 없는 지점이 생긴다. 일부 후보는 나와의 갈등 상황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협상에 성의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합당 논의 과정에서 최대한 양보하려고 노력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두 달 이상 비워두고 있는데 이 또한 합당 시 국민의당 몫으로 남겨둔 것이었다. 안 대표처럼 기존 보수 정당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선 후보로 합류해야 ‘비빔밥’이 다채로워진다는 생각이었다. 예전의 불편한 관계가 있었지만 나는 개인적 감정은 없었다.”
-제1야당 대표가 문 정권 비판하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문 정권 비판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다. 중요할 때는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당대표보다는 대선 후보들이 정권 비판 메시지를 통해 체급을 키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들에게 문 정권의 헤아릴 수 없는 실정에 대한 비판은 ‘이유식’이 될 수 있다. 나는 중도층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정당 개혁 과제에 더 집중하려 한다.”
-정당 개혁 과제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유력자에게 줄 잘 서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인식되는 폐쇄적 당 문화를 개방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선을 거쳐 지방선거 공천까지 이어가려고 한다. 내부의 반발이 거세기는 하지만 선출직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은 반드시 관철시키고 싶다.”
-최근 ‘지금 대선 치르면 5%포인트 차이로 진다’는 말이 논란을 불렀다.
“2030세대와 60대 이상의 표심을 동시에 가져오기 위한 큰 운동장이 필요한데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경선 과정에서 어느 당이든 후보들은 전통적 지지층에 먼저 다가설 수밖에 없는데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확장성도 신경써야 한다. 아이들 놀이에서도 오른쪽으로 계속 돌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 비틀비틀하다가 쓰러지지 않나. 최소한 선거 과정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왼쪽, 문재인 대통령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승리했다. 당대표로서 나도 오른쪽에 앵커를 단단히 박아놓되 최대한 왼쪽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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