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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뷰티풀 라이(The Good Lie∙2015)

colorprom 2021. 8. 14. 15:10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31] 멀리 가고 싶거든

 

If you want to go far…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08.14 03:00

 

뷰티풀 라이(The Good Lie∙2015)

 

수단 내전이 한창이던 1983년.

북부와 남부의 자원 쟁탈전으로 부락들이 파괴당하고

1987년까지 수많은 고아들이 사하라 남단을 건너 케냐로 피란을 떠났다.

 

공격을 받은 부락에서 탈출한 맏형 테오

마메르, 예레미야, 폴, 아비탈과 함께 케냐까지 험난하고 먼 길을 떠난다.

 

이제 곧 케냐 난민 캠프, 순찰 중인 반군이 소리를 듣고 아이들 쪽으로 다가온다.

이 작은 무리의 추장이자 맏형인 테오

동생들을 살리고자 혼자 반군에게 투항해 주의를 돌린다.

 

수단 내전의 실화를 다룬 영화 ‘뷰티풀 라이(The Good Lie∙2015)’의 한 장면이다.

 

13년 후, 난민 캠프에서 청년으로 자란 아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자격을 얻어 미국행 티켓을 손에 쥔다.

난민 캠프 진료소에서 일을 거들던 마메르는 미국에서 의대생이 되고 싶어 하고

다른 아이들도 저마다의 부푼 기대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수단 내전에 휘말려 이용당하고 희생당한 아이들을

‘잃어버린 아이들(The lost boys of Sudan)’이라 부른다.

“코끼리 두 마리가 싸우면 짓밟히는 것은 풀밭뿐”이란 아프리카 속담처럼

이들은 어른들의 못난 싸움에 휘말려 철저하게 희생당했다.

 

그러나 실제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자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 중 하나인 예레미야와 폴은

잃어버린 상태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를 ‘발견된 아이들’이라 부르며 길을 개척한다.

 

미국에서 좌충우돌 취업에 난관을 겪던 마메르와 아이들은

테오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편지를 받고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단으로 돌아간다.

테오를 찾은 마메르는 비자를 받을 수 없는 테오에게 자신의 신분을 주고

대신 수단에 남아 환자들을 돕기로 한다.

동생들의 길을 지키기 위해 혼자 남았던 테오처럼.

 

이들은 그 언제가 되건 이 아프리카 속담처럼 결국은 더 멀리 함께 걷게 될 것이다.

 

“빨리 가고 싶거든 혼자 가라. 멀리 가고 싶거든 함께 가라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