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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Maudie∙2016)’.

colorprom 2021. 7. 17. 14:32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27] 나는 사랑받았어

 

I was loved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07.17 03:00

 

영화 ‘내 사랑(Maudie∙2016)’.

 

허름한 오두막, 무뚝뚝하게 생긴 남편 에버렛(이선 호크)이 투덜거리며

현관에 덧문을 달고 있다.

집 안에 앉아 그림을 그리며 그 장면을 바라보는 아내 모드(샐리 호킨스)는

장난끼가 발동해서 일 좀 제대로 하라며 괜히 남편을 구박한다.

기가 찬 표정으로 모드를 바라보는 에버렛.

 

입에선 구시렁구시렁 불만이 끊이질 않지만 아내의 부탁은 다 들어주는

은근히 다정한 남편이다.

영화 ‘내 사랑(Maudie∙2016)’에서 관객들의 미소를 자아낸 귀여운 장면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모드는

어려서부터 집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으며 소심하고 상처 많은 사람으로 성장한다.

한 사람의 정상적인 성인으로 살 수 없음에 괴로워하던 모드는

식료품점 한편에 붙어 있던 식모 구인 공고를 보고 집을 나와

에버렛의 집으로 들어간다.

 

에버렛은 거칠고 무례하고 무뚝뚝한 남자다.

그는 모드를 하녀 부리듯 부리지만

다정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모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결국 결혼까지 한다.

“사람들은 당신 싫어해요. 하지만 난 좋아해요. 당신은 내가 필요해요.

(They don’t like you. I like you. You need me.)”

 

사람과 어울리기 싫어하던 에버렛에게 이보다 진심 어린 청혼이 있을까?

 

이때부터 서서히 둘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한다.

구박만 받던 모드가 오히려 큰 소리로 에버렛을 구박하고

에버렛은 난생 처음 당해보는 구박이 머쓱하다.

하지만 소리 높여 잔소리를 하다가도 어느새 아내를 돕는다.

빗자루질까진 해주는데 다른 건 못 해!

(I’ll do the sweeping. But I’m not doing everything.)”

 

에버렛은 늙어 병으로 죽어가는 모드의 곁을 지키면서도

어린아이처럼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 강인하고 고독한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침대에 누운 모드는 마지막으로 에버렛을 끌어안으며 말한다.

“난 사랑받았어(I was lo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