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칭] 탑골공원 매춘부 할머니가 단골노인 만나다가 생긴 일
표정만으로 표현되는 소외된 이들의 아픔
불행한 노후 피하라는 경고가 담긴
영화 ’죽여주는 여자'
입력 2021.07.01 10:16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소영(윤여정)이 여관방에서 노인과 성매매를 하는 모습이다. /영화 캡쳐
최근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종로 일대에서 성매매를 하는 할머니를 인터뷰한 기사를 썼다.
인터뷰의 계기가 됐던 영화가 있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매춘부 할머니를 직접 연기한 영화
‘죽여주는 여자’다.
영화는 떳떳하지 못한 일로 돈을 벌더라도,
한편으로는 마음씨 따뜻한 한 인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실제 취재로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영화의 메시지를 소개한다.
”코로나보다 돈이 더 무서워” 할머니는 오늘도 탑골공원에
◇정 많은 매춘부 할머니가 들어준 염치없는 부탁
영화에서 소영(윤여정)은
종로 일대나 외진 공원 등에서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한다.
65세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So Young’(아주 어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참으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
노인들 상대로 성매매 1번을 하고 4만원을 번다.
그나마 노인들 사이에서 ‘죽여주는 여자’로 불리면서 수완을 발휘하지만,
성병에 걸리면서 돈벌이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도 소영(윤여정)은 어린 아이에 대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영화 캡쳐
그런 와중에 소영은 우연히 엄마를 잃은 코피노(한국 필리핀 혼혈) 아이를 만난다.
아이의 엄마는 모녀를 버리고 도망친 ‘남편’을 흉기로 찔러,
현행범으로 경찰에 끌려간 상황이었다.
사실 소영도 과거 흑인 미군과 관계로 생긴 혼혈아를 낳고서,
아이를 버리듯 입양 보낸 아픔이 있다.
연민을 느낀 소영은 무작정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소영 주변에는 소외계층이 총집합해 있다.
소영이 하숙하는 집주인 티나(안아주)는 술집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다.
하숙집 이웃인 도훈(윤계상)은 다리 한쪽이 불구인 장애인이다.
소영이 상대하는 ‘단골손님’들도 나이 들고, 외로운 노인들이다.
병에 걸려 거동도 제대로 못 하는 노인,
찾아주는 이 하나 없이 술에 의존하는 독거 노인 등이다.
그래도 소영은 엄마를 잃은 아이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고,
가족도 잘 챙기지 않는 노인을 위해 병문안을 찾아가는 등
주변 이들에게 소소한 정을 베풀면서 꿋꿋이 살아간다.
그런 그녀의 인정머리를 알아본 탓일까.
한 노인은 그녀에게 염치없는 부탁을 하게 된다.
“더는 살고 싶지 않으니 대신 목숨을 끊어 달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눈치 빠른 관객은 어렵지 않게 영화의 제목을 떠올리게 된다.
‘죽여주는 여자’라는 표현은 성적인 의미의 별명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남의 목숨을 대신 끊어준다는 이중적인 의미였던 것이다.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이 소영은 그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하지만 그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언젠가는 모두 늙는데...어떻게 하면 노후 잘 보낼까
소영과 그를 찾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
“나는 늙어서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절로 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결국 사람이라고 말하는듯하다.
노화로 기력이 쇠해지면, 일적인 성취는 한계에 봉착한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고, 사업을 유지하기가 버거워질 수도 있다.
젊을 때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기회가 있지만, 노인으로선 쉽지 않다.
반면 인간관계야말로 나이가 들수록 단단해질 수 있는 영역 아닌가.
배우자, 자녀 등 가족관계나 오랜 시간 우정을 이어갈 수 있는 친구 관계도
시간이 쌓일수록 돈독해질 수 있다.
다만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쳐버렸을 때 문제가 생긴다.
시간이라는 것이 관계에 양날의 검과 같아서,
오히려 소원한 관계를 굳어지게 하기도 하는 탓이다.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마음 터놓을 친구도 없는 노후의 비참함이란.
영화는 그런 노후를 맞이했을 때,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메시지를 말하고 있다.
나이가 들더라도, 그런 상황을 자초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노인들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이 영화는,
오히려 아직 나이를 덜 먹은 ‘젊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정신없이 살다가 괜히 가슴이 허하고 답답하거나
‘행복이란 무엇인가, 지금 제대로 잘살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 때,
이 영화를 감상해볼 만하다.
남편, 아내 혹은 소중한 누군가와 사소한 일로 다투고 감정이 상해있을 때,
이 영화가 처방전이 될 수도 있다.
윤여정 연기의 진수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영화를 추천한다.
표정 하나, 눈빛 하나로 인생을 말하는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개요 드라마 영화 l 한국 l 2016년 l 1시간50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우리는 죽는 날까지 행복하고 싶다
평점 IMDB ⭐ 7.2/10
♠[최원우의 아무튼 인터뷰]
“코로나보다 돈이 더 무서워” 할머니는 오늘도 탑골공원에
코로나 위험 무릅쓰고 하루 3~4명과 성매매
아들뻘 20~30대 청년들 상대하기도
“먹고살려면 못 관둔다”
입력 2021.06.24 14:07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매춘부 할머니를 연기하는 윤여정이
노인과 성매매를 하는 모습이다.
인터뷰를 한 김꽃님씨는 본인의 강한 반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영화 캡쳐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해줄게, 안 비싸.”
아카데미가 인정한 배우 윤여정이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연기한 매춘부 할머니가 날린 대사다.
이들은 종로 일대에서
주로 노인을 상대로 건강 드링크 한 병 권하면서 성매매를 권한다.
영화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노인들이 그녀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 이 영화를 다시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지금도
속칭 ‘박카스 할머니'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활동하고 있을까.
◇생각보다 공공연히 활동하던 ‘매춘부 할머니’들
지난 20일 이른 점심때쯤.
매춘부 할머니들의 주 활동 무대로 알려진 종로구 탑골공원으로 무턱대고 나가봤다.
공원은 코로나 때문에 문이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 주변 곳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노인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장기를 두거나 담소를 나누거나 그저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매춘부 할머니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인상착의만으로도 의심 가는 분들이 몇몇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저 바람 쐬러 나온 할머니일 수도 있었다.
아무나 붙잡고 “혹시 돈받고 연애해 주시나요”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전에 노숙자를 취재했을 때보다는 훨씬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종로 탑골공원은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작년 2월20일부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최원우 기자
일단은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있었는데,
대놓고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내가 바로 그 할머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는 한 노인과 잠깐 대화를 나누더니,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혼자 가는가 싶었는데,
대화를 나눴던 할아버지가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할머니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불륜 현장이라도 적발한 것 같은 기분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둘은 횡단보도를 건너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따라가면서, 관광객인 척 사진도 몰래 찍었다.
둘은 한참을 걷더니 구석진 골목의 한 외딴 건물로 들어가버렸다.
여관은 아니었지만, 더 따라가기가 애매했다.
“실제로 그런 할머니들이 있기는 한 것 같다”는 생각과
“그냥 박카스 좋아하는 노부부를 오해한 걸까”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조금 더 확실한 대상을 찾아야 했다.
탑골공원 근처에 있는 종로3가역 쪽 거리로 넘어가 봤다.
이곳에도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일단은 어느 카페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 하면서 주변을 잠자코 지켜봤다.
그렇게 20여분쯤 지났을까. 한쪽에서 예사롭지 않은 시선이 느껴졌다.
꽃무늬 셔츠에 등산복 바지를 입고, 등산화를 신은 아주머니였다.
어색하게 몇 차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분이 갑자기 내게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괜히 긴장이 돼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는 코앞까지 다가와 속삭이듯 “잘해줄게, 가자”라고 했다.
정말 영화 속 대사 그대로였다. 드디어 찾던 대상을 만난 것이다.
이날 종로 탑골공원 일대에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인이 몰려 있었다.
이들은 장기를 두거나 담소를 나누거나 그저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최원우 기자
간신히 인연이 닿은 김꽃님(60·가명)씨와 꼭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노인들만 상대하는 줄 알았는데, 겨우 35살밖에 안 된 데다
나름 또래 중에선 동안인 나를 잠재적 고객으로 봤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다.
그래도 모르는 척 따라가기엔 왠지 김씨를 속이는 것 같았다.
인터뷰를 하려고 나왔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김씨는 버럭 “기자라고? 어디 카메라 숨겨둔 것 아니냐”라며 화를 냈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갑자기 언성을 높이자 굉장히 당황스럽긴 했지만,
애써 사정을 잘 설명했다.
김씨는 한참 듣더니, 대뜸 “내가 얘기해 주면 돈 줄 거냐”고 물었다.
잠깐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건가 고민했지만,
이분들의 ‘영업시간’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면 장사 한번 하는 정도의 사례비는 드리겠다.
날도 더운데 시원한 커피 한 잔하면서 잠깐 얘기만 나누고 돈도 받으시면
남는 장사 아니냐”고 했다.
김씨의 눈이 잠깐 번쩍 뜨이는 듯싶더니,
다시 “안돼 안돼. 이 바닥에선 쪽이 팔리면 장사 못해”라면서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왠지 숨길 수 없는 김씨의 미련을 엿본 것 같았다.
짐짓 여유 있는 척 가만히 있었더니, 잠시 뒤 김씨가 내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이거 진짜 문제없는 것 맞느냐. 익명 맞느냐”며
“보통 시세가 6만원이니까 6만원 달라”고 했다.
마침 수중에 현금이 5만원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그럼 그냥 그거라도 달라”고 했다.
김씨는 한참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먼저 길 건너가 있으면 따라가겠다”고 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매춘부 할머니가 여관방에서 노인과 성매매를 하는 모습이다.
노인은 그 유명한 드링크를 마시고 있다. /영화 캡쳐
◇매춘부 할머니 찾아가는 20·30대, 도대체 왜? “싸니까”
김씨는 어느 건물 주차장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더니,
종이박스로 간이 의자를 만들고 “여기서 얘기하자”고 했다.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게 어떻겠냐.
커피는 제가 사겠다”고 했더니 “커피 사줄 돈 있으면 그냥 돈으로 더 달라”고 했다.
김씨는 돈에 대한 집착을 숨기지 않았다.
김씨는 “사진은 절대 안 된다. 시간은 10분만 하자”고 했다.
이때가 오후 2시쯤이었는데, 이쪽 업계에선 지금이 피크타임이라고 했다.
오후 4시쯤 되면 대부분 노인이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종로3가역 일대 한 골목 주차장 한쪽 구석에서 종이상자로 만든 간이 의자에 앉아
김꽃님씨를 인터뷰했다. /최원우 기자
김씨는 올해 예순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4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김씨에게 “동안이시다”라고 했더니 “그런 얘기를 좀 듣는 편”이라면서 웃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김씨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누그러졌다.
시간이 촉박했기에 궁금한 내용들을 돌직구로 던져댔다.
김씨는 자주 머뭇머뭇하긴 했지만, 대부분 질문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해줬다.
실제 성매매 시세가 얼마냐고 다시 물었더니
“사실 3만원도 받고, 4만원도 받아. 그래도 돈은 못 돌려줘”라고 했다.
김씨는 요즘도 하루에 많게는 3~4명과 성매매를 한다.
코로나 전에는 하루 5~6명까지 했는데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혼자 사는 외로운 노인이 많지만, 아내가 있어도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김씨는 “그냥 아내가 안 해주니까 풀러 오는 거지”라고 했다.
‘일’을 한 번 치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노인들은 보통 기력이 쇠했거나 술에 취해 오는 경우가 많아서 30분도 채 안 걸린다.
기운이 약한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각종 약과 기구도 있다고 했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일을 할 때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는다.
“그냥 풀러 오는 거지.
외로움 달래 달라고 괜히 말 시켜봤자 내가 받아주지도 않아”라고 했다.
김씨가 “노인들 말고도 고객 10명 중 1~2명은 20~30대 청년”이라고 했을 때는
솔직히 놀라웠다. 나를 잠재적 고객으로 본 것도 그래서였나 싶었다.
나이 차가 그렇게 많이 나는데도 성매매하러 종로까지 오는 청년들이 있다니
믿기 힘들었다. 보통 어떤 사람들이냐고 물었더니
“다 멀쩡한 사람들이지, 내가 속사정은 어찌 알아.
가끔가다 대학생 같은 애들도 찾아 오더라”고 했다.
김씨는 “결국엔 돈 때문이지. 훨씬 싸니까”라고 했다.
김씨도 돈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처음엔 식당 보조 업무 등을 했지만, 3년 전부터 이 업계로 넘어왔다.
초반에는 텃세 때문에 고생도 하고, 돈도 뜯겼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코로나 전에는 한 달에 400만원 정도를 벌었는데 지금은 200만원 정도를 번다.
그래도 식당에서 일할 때보다는 수입이 괜찮고,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들도 있다.
김씨는
“언젠가는 그만둬야 하는 걸 알지만, 돈을 좀 더 모아야 장사라도 하지”라고 했다.
노인들이 탑골공원 돌담길을 따라 줄지어 앉아있다. /최원우 기자
◇ “코로나 걸리는 것보다 손님 줄어든 게 뼈아프다”
코로나 상황에서 이런 일을 계속하는 게 무섭진 않을까.
아무리 봐도 방역 수칙 지켜가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작년에 탑골공원 일대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김씨는 “코로나 걸릴까 봐 걱정이 되긴 한다”면서도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코로나보다 돈이 더 무서워.
손님이 줄어든 게 더 뼈아프지”라고 했다.
성매매 특성 상 운이 나빠 코로나 감염자가 고객이 되는 날엔,
김씨도 100% 감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태 감염이 안 된 게 더 신기할 정도였지만,
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경찰 단속도 일주일에 몇 번씩 뜬다고 했다.
김씨도 몇 번 붙잡힌 적이 있다.
김씨는 “단속 걸려도 처벌이 그렇게 세지는 않다.
벌금은 좀 내도 감옥에는 안 간다. 그러니까 다시 돈 벌러 나오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완전히 없어져도 안 된다.
그러면 성범죄가 확 늘어날 게 뻔한데”라고 했다.
김씨는 종로 일대에 자신처럼 일하는 매춘부 할머니가 50명 정도 있다고 했다.
종로는 관악산 일대와 더불어 업계 양대산맥으로 통한다.
김씨는 최근 조선족 여성들까지 장사를 시작해서 밥그릇을 위협한다며 혀를 찼다.
그는
“중국 사람들이 아주 돈독이 올라서
여기를 완전히 장악해 버릴 생각으로 오는 것 같아.
요즘은 3명 중 1명이 조선족일 정도로 많이 늘어났어”라고 했다.
문득 호칭이 궁금해져서 “서로 부를 때는 뭐라고 부르나요.
‘박카스 아주머니'(차마 할머니라고 할 수 없었다)라는 표현도 쓰나요” 물어봤다.
김씨는 “그런 말이 있는 건 아는데 우리끼리는 그런 말 안 쓴다.
요즘은 드링크 주지도 않아”라고 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소영(윤여정)은
직업과 무관하게 어린 아이에 대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영화 캡쳐
인터뷰를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김씨에게 “그래도 사는 게 행복하시냐”고 물었다.
김씨는 “불행하다고 봐야지. 이렇게 사는 데 행복하겠어”라고 했다.
김씨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김씨는 “그래도 그냥 자식 바라보고 사는 거야.
자식 키워봤자 아무 소용 없지만, 그래도 자식밖에 없지.
그래도 자식이 행복이야”라고 했다.
두 자녀를 둔 어머니의 마음이란 이런 건가 싶었다.
“자녀들도 어머님이 이렇게 자기들 생각하는 걸 아느냐”고 했더니
“내가 이렇게 돈 버는 것조차 꿈에도 모를 텐데”라고 했다.
김씨는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없다고 했다.
그는 “취업난이 심해서 그런가, 둘 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
아직도 자리를 못 잡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결국 다시 돈 문제였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그녀를 응원할 수는 없었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코로나보다 무서운 게 돈”이라던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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