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직접 6·25 참전 기념식 연설한다, 장쩌민 이후 20년만에 등장
10년 부주석 때 “정의의 전쟁” 강조해 한국서 논란
입력 2020.10.22 10:2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군 6·25 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직접 연설을 한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22일 보도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6·25 참전 기념행사에서 직접 연설을 하는 것은
2000년 장쩌민 총서기 이후 20년만이고, 역대 2번째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의 6·25 전쟁 참전을 미국의 위협에 맞선 ‘정의의 전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불법 남침과 중국의 참전에 따른 전쟁 장기화로
민간인 37만명을 비롯해 한국인 50만명이 사망하고
행방불명자를 포함하면 80만명의 한국인이 희생된 전쟁에 대한 중국 최고지도자의 발언이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23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 70주년 대회’에서 ‘중요 연설’을 한다.
중국 관영매체는 최고 지도자의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지만
생중계되는 중요 연설이 있는 경우 이를 예고하기도 한다.
이번 연설도 신화통신, 인민일보, CCTV 등 관영매체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중계한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진핑(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일 중국 최고지도부들과 함께
베이징의 인민혁명 군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군의 항미원조 전쟁(6·25 전쟁) 참전 70주년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CCTV 화면 캡처
중국은 6·25 참전해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1950년 10월 25일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지정하고 당일이나 직전에 기념 행사를 열어왔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뜻으로 6·25의 중국식 표현이다.
2010년 10월 24일 열린 참전 60주년 행사 때는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했지만 연설은 하지 않았다.
당·정·군을 대표해 연설을 한 사람은 당시 국가 부주석이었던 시진핑 현 주석이다.
그는 6·25전쟁에 대해 “평화를 지키기 위한 위대한 전쟁이자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며
“무기나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조(中朝·중국과 북한) 양국 인민과 군대가 단결함으로써
이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중국 인민은 중·조 양국 인민과 군대가 선혈로 맺은 위대한 우정을 잊지 않았으며,
조선(북한) 정부와 인민들의 인민지원군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6·25를 미군에 대항한 반침략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오래된 입장이지만,
차기 지도자로 꼽히던 시 부주석의 ‘정의로운 전쟁’ 발언은 한국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22일 시진핑 주석이 최근 쓰촨상이군인양로원에 보낸 서신에서
“항미원조 전쟁에서 중국인민지원군은 위대한 애국주의 정신과 혁명영웅 정신을 발휘했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가 피를 뒤집어쓰며 싸웠다”며
“보가위국(가정을 보호하고 나라는 지킨다는 중국의 6·25 참전 명분)을 위해 중요한 공헌을 했다”
고 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7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이자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며
“항미원조 정신은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고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강대한 적들에게 승리는 거둘 수 있도록 북돋아줄 것”이라고 했다.
또 "항미원조 정신을 가슴에 새겨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쟁취하고
중국몽·강군몽 실현을 위해 노력해 세계 평화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에 더 큰 공헌을 해야 한다”
고 했다.
중국의 6·25 기념행사는 중국 국내 사정과 미·중 관계에 따라 변화했다.
1960년 10주년 행사 때는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 등이 참석했다.
문화대혁명 중이던 1970년 20주년 행사,
미·중 수교(1979년) 직후 밀월기였던 1980년 30주년 행사는 별도로 크게 치르지 않았다.
천안문 사태 다음해인 1990년 40주년 행사에는 부총리, 국방부장(장관)급이 참석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직접 행사에서 참석한 것은 2000년 참전 50주년 행사 때부터다.
장쩌민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 참석해 연설했다.
50주년이라는 상징성에
1999년 5월 미군 폭격기가 유고슬라비아 중국 대사관을 오폭해 3명이 숨진 사건으로
중국 내 반미 여론이 높았을 때였다.
중국 내에서는 장쩌민 총서기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해
미국에 저자세 외교를 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60주년 행사 때는 후진타오 주석이 행사에 참석한 참전 군인들을 격려했지만
연설은 시진핑 당시 부주석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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