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한국전쟁]

야전병원으로 맺어진 한·스웨덴 우정

colorprom 2020. 9. 22. 16:55

[발언대] 야전병원으로 맺어진 한·스웨덴 우정

 

라르스 프리스크 한·스웨덴협회장

 

입력 2020.09.22 03:00

라르스 프리스크 한·스웨덴협회장

 

6·25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1950년 7월 말,

스웨덴 정부는 한국전쟁에 파견할 의료진 선발 공지를 했다.

시간이 촉박한데도 많은 스웨덴 젊은이가 지원했다.

그해 9월 23일 174명의 스웨덴 의료진이 부산항에 도착해 진료에 들어갔다.

미국을 제외한 최초의 해외 의료지원단이었다.

 

스웨덴 적십자사 야전병원은 1957년 4월 철수 전까지 연인원 1124명이 근무하며

200만명을 대상으로 의료 활동을 펼쳤다.

부산 시민들에게는 ‘서전(瑞典·스웨덴의 한자식 표기)병원’으로 불렸다.

 

2003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스웨덴 대표로 한국에 부임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2014년 다큐멘터리 제작에 들어갔다.

고령이 된 참전 스웨덴 의료진을 인터뷰하고,

부산 남구청 등의 도움으로 야전병원에서 치료받은 한국 환자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전쟁 당시 트럭 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야전병원을 찾은 소년을 극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소년은 다리 일부를 절단했고, 스웨덴 의사들은 그에게 목발을 만들어 선물했다.

목발을 짚고 하루가 다르게 회복하는 소년의 모습은

전쟁의 포화에서 최선을 다했던 의료진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그 ‘목발 소년’은 할아버지가 되어 다큐에 출연했다.

이렇게 완성된 다큐 ‘한국전쟁과 스웨덴 사람들’은

한·스웨덴 수교 60주년인 지난해 2월 스웨덴에서 최초로 상영됐다.

올가을 스웨덴 국영방송사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23일은 스웨덴 의료진이 한국에 도착한 지 70년 되는 날이다.

한국인들과 함께 이 다큐의 감동을 나누며 한·스웨덴 간 우정을 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