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93] I’m Howard Hughes
입력 2020.10.17 03:00
‘진실성이란 보는 사람이 없을 때조차 옳은 걸 하는 것이다
(Integrity is doing the right thing, even when no one is watching).’
영문학자 겸 기독교 작가 C S 루이스의 명구입니다.
실화 ‘멜빈과 하워드(Melvin and Howard·사진)’는
가난한 노동자 멜빈을 진실성이라는 이름의 심판대에 세웁니다.
무대는 1976년 미국 유타주.
술도 담배도 안 하는 멜빈이 주유소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어느 날
그의 운명을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정체불명 신사가 몰래 놓고 간 유언장을 발견한 겁니다.
사연의 시작은 9년 전 겨울.
멜빈이 사막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합니다.
픽업트럭으로 밤새 달려 라스베이거스 숙소에 데려다주자 노인이 자신을 소개합니다.
‘나는 하워드 휴스일세(I’m Howard Hughes).’
실없는 영감이라고 여기면서도 멜빈은 끝까지 친절을 베풉니다.
돈을 빌려달라고도 하자 멜빈은 가진 걸 다 털어줍니다.
25센트에 불과한데도 노인이 감사해하며 사라집니다.
바뀐 무대는 법정.
하워드 휴스가 비행사, 영화 제작자 출신 억만장자 사업가라는 게 알려지자
부러워하는 세인의 흥미와, 유언장이 위조됐다고 믿는 유족 측 의심이 법정을 채웁니다.
멜빈이 질문 받습니다. “누군가에게 유언장을 전해 받은 게 사실임을 맹세합니까?”
판사는 구해준 사연을 지어냈거나 위조한 유언장이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경고하며
마태복음을 인용합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
(What does it profit a man if he gain the whole world yet lose his soul).’
이때 ‘온 천하’란 상속금 1억5600만달러입니다.
멜빈의 성(姓) 두마(Dummar)가 ‘DuMar’로 돼 있는 등 유언장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멜빈을 위해 증언해줄 목격자도 없습니다.
그의 진실한 말과 인품은 끝내 존중받지 못합니다.
끝부분에서 멜빈이 회상합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은둔과 기행으로 점철된 노년의 휴스가 초면의 은인과 동행하는 동안
쓸쓸하게 노래하며 상념에 잠기던 모습을.
자연 냄새를 음미하며 해맑게 웃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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