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인천공항이 연 판도라
조선일보
입력 2020.06.23 03:14
곽래건 사회정책부 기자
인천국제공항이 22일 승객과 수하물을 검색하는 협력업체 비정규직 보안검색원 1900명을
청원경찰로 바꿔 공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하고 노사가 상호 윈윈하는 합의를 이뤄냈다"며
"3년에 걸친 정규직 전환 절차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인천공항공사 본사 정규직 노조는 이날 아침
"청원경찰 직접 고용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팻말을 들고 사장실을 찾아가 항의했다.
이들 입장에선 본사 정규직 1400명보다도 더 많은 1900명이 한 번에 회사에 쏟아지게 된다.
전환 대상이 된 보안검색원 수백 명도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아
"고용 안전을 담보하라"며 사장에게 항의했다.
정규직 전환은 원칙상 공개 채용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탈락자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오히려 갈등의 불씨가 생긴 듯했다.
회사 밖도 시끄러웠다.
직장인과 취업준비생들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1900명이 한 번에 본사 정규직으로 바뀌는 걸 보고
'이럴 거면 힘들게 공부해 본사 정규직으로 입사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정일영 당시 인천공항 사장은 "공항 가족 1만명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화답했다.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들은 환호했지만, 본사 실무진과 직원들은 경악했다.
직원 1400명 회사에 정규직 1만명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후 누구를 직접 고용하고, 누구를 자회사로 고용할지를 놓고
노사 간에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정규직 전환 마무리 시한은 3년 후인 이달 30일로 정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1만명 대부분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걸로 이견이 좁혀졌다.
하지만 갑자기 시한을 며칠 앞두고 보안검색원 1900명의 직접 고용이 결정됐다.
현 정부 비정규직 대책의 상징인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무늬만 정규직'으로 끝났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 했다는 말이 나왔다.
공항 청원경찰은 공사 소속 직원이라 인건비를 공사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
그간 우량 공기업이던 인천공항은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3200억원 적자가 날 것이란 전망이다. 17년 만의 첫 적자 전망이다.
공기업 부실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공기업 열 곳을 찾았다면 열 곳 모두에서 인천공항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수 있다.
대통령이 인천공항만 방문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인천공항 1902명 정규직 전환 논란…거센 반발 "알바로 들어와 정규직?"
"누가 공부하래?" 인천공항 1902명 정규직 전환 논란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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