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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끝나지 않은 전쟁

colorprom 2020. 6. 24. 13:13

[정진홍의 컬처 엔지니어링] 끝나지 않은 전쟁

 

조선일보

 

  •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입력 2020.06.24 03:14

70년 전 남침으로 시작된 6·25는 장기 지속의 역사… 100년 갈지 알 수 없다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 프랑스의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장기 지속하는 역사사건, 국면, 구조의 결합으로 봤다.

 

70년 전인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남침은 하나의 사건사다.

수립된 지 채 2년이 안 된 신생 대한민국은 사흘 만에 수도 서울을 내주고 하염없이 밀려 내려가

간신히 낙동강 방어선에서 북한의 인민군과 죽을힘을 다해 대치하다가

마침내 그해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전세를 뒤집어 완전히 뒤바뀐 국면을 맞는다.

 

그런 점에서 낙동강 전투인천상륙작전은 기나긴 한국전쟁사에서 하나의 결정적 국면사였다.

하지만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이듬해 1·4 후퇴를 하며 또 한 번 서울을 내줬다가

이내 북상한 후 전선의 소강상태하에서 2년여에 걸친 지루한 공방전 끝에

1953년 7월 휴전에 이른다.

그리고 역사상 전무후무한 휴전 상태의 장기 지속하에서

대한민국은 제1공화국에서 제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구성하며 전개돼 왔다.

역사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의 구조사 위에서 생존하고 번영해 왔던 셈이다.

 

그 장기 지속의 구조가 오늘로 70년이다.

이것이 80년, 90년, 아니 100년을 갈지 알 수 없다.

# 북에서는 옥류관 주방장한테까지

"국수 처먹을 때는 요사를 떨더니" 하는 모욕적인 막말을 듣더니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볼턴이란 자의 백악관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한테 외면당하고 김정은에게 차이다 못해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생각을 가졌다"고 묘사되기에 이르렀다.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말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안팎에서 이렇게 욕보는 일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북에서 준비한 자그마치 1200만장에 달한다는 '대남 삐라'는

더 노골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의 제1차 미·북 정상회담 전날까지도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됐다.

이듬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 서서 어색한 미소를 짓다 홀연 사라져야 했다.

그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말했지만 조수석에도 앉질 못했다.

아니 동행마저 거절당하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낄낄빠빠'라 하지 않던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게 안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모자라도 제 나라 대통령을 이렇게 욕보이는 것을 기분 좋아라 받아들일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식이 잘못하면 내가 혼을 내도 내야지, 남이 혼내면 기분 나빠 피차 싸움이 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토록 대통령이 안팎에서 욕받이가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북에 공수표를 남발한 내역이 무엇이었기에 이토록 모욕을 당하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한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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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 전 발발한 6·25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휴전 중일 뿐이다. 여전히 남과 북 간의 긴장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의 긴장과 갈등은 지난 수년간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처럼 위장됐다가 그것들이 전혀 아님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기에

그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분식회계가 아닌 '분식평화'였던 셈이다.

 

우리 세금이 고스란히 들어간 남북연락사무소가 백주에 폭파되었는데도

유감의 말 한마디 던지는 것에 그치고 아예 덮어버리는 우리 정부의 어설픈 대응에

국민은 맥이 빠지다 못해 역시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밖에는 안 들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 그리고 국민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일이 최우선이어야 할 대통령이

북의 폭력적 만행 앞에 그저 눈만 껌뻑거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에 하는 소리다.

의당 폭파되어 망실해버린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해

피해 보상은 물론 재발 방지를 약속받아야 함에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새 북에서는 연일 으름장이다.

더구나 여당의 5선 의원으로 국회 외통위원장이 된 자가 첫 회의를 소집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접하고 나서 처음 한 말이 "포(砲)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였다.

이런 와중에 국방장관이란 자는 반쪽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은 아니라

궁여지책으로 말했다.

도대체 이 무슨 생각으로 하는 궤변들이란 말인가.

#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휴전 상태로 70년 동안 추가적인 큰 전쟁이 없었다는 것은

차라리 기적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진짜 알 수 없다.

 

볼턴의 회고록에서 드러났듯이 트럼프는 오로지 재선에만 목을 달아맨 사나이다.

그는 재선되는 길이라면 어떤 길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이 어렵다.

그래서 트럼프는 뭔가 저지를 수 있다.

다름 아닌 대북 제재를 넘어서 전격적인 군사행동도 불사할 사람이다.

그것을 통해 미국 대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만 있다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이런 일이 현실로 된다면 우리는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그렇다고 앉아서 불구경만 할 것인가? 아니 되레 싸울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전쟁을 각오할 때 더 큰 전쟁을 막을 수 있다.

평화 역시 내 힘으로 만드는 것이지 남의 힘을 빌려 울타리 치듯 조성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70년 전 전쟁을 겪으며 그 무엇보다 자유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우리의 핵심 가치로 자유를 최우선으로 꼽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목숨을 걸었는가?

대한민국의 자유주의 세력은 깊은 패배주의의 늪에서 빠져나와

자유주의 핵심 가치를 되살리고 결연히 지켜내는 데 떨쳐 나서야 한다.

 

자유주의 수호 전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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