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사진]'아동 고용 금지법' 제정을 이끌어 낸 루이스 하인

colorprom 2020. 6. 16. 15:09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30] 빈민층 아이들 현실을 고발한 강력한 도구

 

조선일보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20.06.16 03:10

 

루이스 하인, 애디 카드: 12세. 버몬트주 노스 포멀의 방적공, 1910년,

사진, 워싱턴 DC 의회 도서관 소장.

 

기름때가 잔뜩 묻은 맨발로 거대한 방적기 앞에 선 이 아이의 이름은 애디 카드다.

면사(綿絲) 공장에서 방적공으로 일하는데 나이는 고작 열두 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 사이로 앙상한 두 팔을 놀려 하루 종일 실을 자아내건만,

그 많은 실은 어디로 가는지 정작 아이가 입은 옷은 누더기다.

 

이 사진은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진가, 루이스 하인(Lewis W. Hine·1874~1940)이

1908년에 미국 아동노동위원회 의뢰를 받아

근 10년간 공장과 탄광, 농장 등에서 고된 노동에 종사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포착한

수천 장의 사진 중 하나다.

 

하인은 뉴욕에서 교편을 잡다

사진이 도시 빈민층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걸 깨닫고

본격적으로 사진가의 길을 걸었다.

당시 고용주들에게 빈곤층 자녀와 고아들은 최적의 노동자였다.

몸집이 작아 좁은 기계 틈새에서 일하기 좋은 데다, 임금은 어른의 반절에 불과하고,

학대와 위협을 자행해도 누구 하나 저지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인이 사진을 찍도록 내버려두는 공장이 있을 리 없었다.

업주 측으로부터 폭행은 물론 살해 위협을 당하기도 부지기수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소방시설 점검이나 엽서 판매, 성경 판매, 기계 사진 등을 핑계로 매번 신분을 속여 가며

공장에 잠입해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수첩에 기록을 남겼다.

 

그의 사진들은 미국 중산층의 마음을 울렸고,

마침내 아동 고용 금지법이 제정되고 아동복지부가 신설되는 데 일조했다.

그렇게 역사를 바꾼 사진 속 아이, 애디 카드의 고운 눈에는 아무 표정이 없다.

아이가 신설된 법령 덕분에 공장에서 나올 수 있었다면, 그 뒤로는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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