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VIP가 되는 법
조선일보
입력 2020.06.08 03:08
유재덕 웨스틴조선호텔서울 조리팀장
"지금 사람 무시하는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
'관심법을 배운 적 없는데 누구신지 어찌 알겠으며,
고객 덕에 먹고사는 우리가 굳이 당신을 무시해야 할 어떤 합리적 이유가 있겠습니까?'라고
되묻고 싶기도 하지만, 물론 절대 그럴 수는 없다.
고객이 불쾌했던 이유를 최대한 경청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주방이라는 별도의 공간에서 주로 일하는 요리사와는 달리 서비스 담당 직원들은 종종 겪는 상황이다.
예약 만석이라 정신없이 바빴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한 직원의 표정이 유독 어두웠다.
언제나 미소를 띠고, 매사에 유독 성실한 사람이라 더 마음이 쓰였다.
조용히 다가가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감정을 정리하느라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설명했다.
고객의 고압적인 태도와 무례한 반말, 이유 없는 갑질 때문에 마음이 몹시 상했던 거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옛말이 있지만,
현실에선 타인의 미소조차 언짢아하며 굳이 침을 뱉고야 마는 사람이 있다.
그날 나는 그저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겨우 그 정도밖에 해 줄 수 없는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꼈다.
내 기분도 함께 우울해졌다.
나는 이런 감정을 극복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일단 부정적인 경험에 계속 집중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고객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110년 역사를 가진 우리 호텔엔 멋진 고객도 많다.
우리 식당의 오랜 단골인 한 대기업 총수 분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마다 요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우리 는 그분의 지위와 신분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존경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
우리가 받는 존중에 보답하기 위해 온 마음을 바치는 것이다.
다른 고객에게도 마찬가지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해와 바람의 내기'와 똑같은 원리다.
그러니 서비스를 받는 곳에서 VIP가 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당신을 존중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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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8/20200608000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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