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72] I'll find him
조선일보
-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20.05.22 21:30 | 수정 2020.05.22 23:23
'비밀을 은폐하기로 결탁한 자들이 들어찬 방에서
누군가가 진실에 관해 한마디만 입을 떼도 그 파급(波及)은 탄창을 떠난 탄환 소리만큼 폭발적이다
(In a room where people unanimously maintain a conspiracy of silence,
one word of truth sounds like a pistol shot).'
노벨 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태생 미국 망명 시인 체슬라브 밀로즈의 명구입니다.
'윈터스 본(Winter's Bone·사진)'에서 '방'은 미국 미주리주 산골 마을의 '돌리' 가문.
17세 소녀 가장 리 돌리가 마을을 돌며 묻습니다. "우리 아빠 못 봤어요?"
리의 아버지 제섭은 마약범입니다.
그가 보석 보증금 담보로 현금 대신 자기 집을 내놓아 풀려난 후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사라진 겁니다.
제섭이 일주일 내로 안 나타나면 리는 병든 어머니, 동생들과 길에 나앉을 운명.
안타깝게도 친척들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모른다."
영국 보수주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가 이렇게 웅변했습니다.
'악(惡)이 이기는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 행동도 안 하는 거다
(The only thing necessary for the triumph of evil is for good men to do nothing).'
농사꾼 겉보기와는 달리 리의 친척은 다 '악'입니다. 마약을 만들어 파는 한통속입니다.
'모른다'고 하는 태도에서 모종의 함구령(緘口令)을 읽은 리가 직접 아버지를 찾아 나섭니다.
가문은 폭력으로 그녀 행동을 제지합니다.
세상에는 두렵더라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믿기에 '탄창을 떠난 탄환'이 되려 한 리가 흔들립니다.
'비밀을 누설하려면 목숨 내놓고 하라.' 이 경고가 제섭을 사라지게 한 배경입니다.
"제가 꼭 아버지를 찾을 겁니다(I'll find him)."
친척들이 협박해도 이리 당차게 다짐해 가문의 두목까지 자극했던 리는
아버지 시체를 늪에서 발견합니다.
나라의 법보다 무서운 게 가문의 법임을 깨달은 리는 두려움에 빠집니다.
이렇듯 악이 이기는 구도로 끝날까요.
집과 가족을 지켜야 하는 리가 끝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가려둡니다.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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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2/20200522035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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