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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prom 2020. 5. 5. 12:56


[특파원 리포트] 그리스의 방역 마법


조선일보
                         
             
입력 2020.05.05 03:14

손진석 파리 특파원
손진석 파리 특파원


유럽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부채에 허덕이는 나라에서 많이 나왔다.
다들 공공 의료 체계라서 나랏빚에 짓눌리며 보건·의료 분야에 충분한 재정 투자를 못 했기 때문이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 2만명 넘게 숨을 거둔 배경이다.

그래서 2010년 이후 8년간 구제 금융으로 연명한 그리스가 가장 역병(疫病)에 취약할 법했다.
그리스는 경제 규모(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170%가 넘어 EU 회원국 중 살림 상태가 최악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리스는 4월까지 사망자 140으로 코로나를 막아냈다.
인구가 엇비슷하면서 훨씬 잘사는 벨기에에서 7594명, 스웨덴에서 2586명이 목숨을 잃은 것과 비교하면
경이로울 정도다.

그리스의 '방역 마법'지도자 교체 덕분이다.
지난해 취임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
하버드대 학부와 경영대학원(MBA)을 마친 뒤 런던에서 컨설팅 회사와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조국을 지켜보고 돌아와 시장 친화적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닥치자 미초타키스는 "우리 처지를 인정하고 대비하자"고 했다.
중환자용 병상이 전국에 560개뿐인 나라가 그리스다.
역대 정부가 숱한 현금성 복지 혜택을 남발하면서도 보건·의료 분야에는 제대로 투자하지 않은 결과다.
바이러스가 상륙하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미초타키스는 한 발이 아니라 두세 발 먼저 움직였다.

학교 폐쇄 명령을 내린 시점이 3월 10일이었다. 사망자 없이 감염자만 89명 확인된 때였다.
3월 12일 첫 사망자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모든 식당·카페·술집 영업을 중단시켰다.
너무 이르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미초타키스는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다.
프랑스가 127명, 영국이 194명이 죽고 나서야 영업 금지령을 내린 것보다 훨씬 빠른 대응이었다.
미초타키스 신속한 디지털화를 주문했다.
단순 질병 처방전을 이메일로 받도록 해서
이동 금지령을 내린 뒤 첫 20일 동안 25만명이 병원에 가는 것을 막았다.
덧붙여 가능한 한 모든 민원 문서를 온라인으로 관공서에 보내게 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봉쇄령 이후에도 병원이나 관공서를 방문하는 이동을 계속 허용한 것과 달랐다.
그리스는 더 세밀하고, 민첩하고, 전략적이었다.

대조적으로 유럽 강대국은 자만에 빠져 재앙을 키웠다.
프랑스에는 평소 미국보다 훌륭한 의료 시스템을 갖췄다며 자화자찬하는 지식인이 많았다.
영국은 총리가 코로나를 우습게 여기다가 중환자실에 실려가는 망신을 당했다.

국난(國難) 극복은 지도자가 냉정하게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가능하다는 것을
미초타키스는 보여줬다.
그리스에서 국민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포퓰리즘 성향의 좌파 정부가 계속 권력을 쥐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장담컨대 방역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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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5/20200505000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