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외곽 아웃렛 매장은
불과 며칠 전까지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뚝 끊겼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북적였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첫 주말을 맞아 전국의 관광지와 쇼핑몰도 모처럼 인파가 몰렸다.
▶중국에서는 코로나로 급감했던 부동산 거래가 재개되면서 기록적인 판매 실적이 쏟아졌다.
광둥성 선전에서 분양한 아파트 288채가 7분 만에 다 팔렸다고 한다.
73억원짜리 초고가 주택 14채는 8초 만에 완판됐다.
장쑤성 쑤저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2000억원에 상당하는 1개 동 전체가 분양 1분 만에 거래됐다.
3개월간 문 닫았다 얼마 전 재개장한 광저우의 한 명품 매장은 하루에 33억원어치를 팔아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 때문에 멈췄던 소비가 갑자기 폭발한 현상을 두고 중국에서는 '보복성 소비'라고 부른다.
▶10여 년 전 제니퍼 러너 하버드대 교수팀이 18~30세 33명을 대상으로
슬픈 영화와 무덤덤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여준 뒤 물병을 사게 했다.
실험 결과, 슬픈 영화를 본 그룹에서 30%가량 더 많은 돈을 썼다.
슬프고 우울할수록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는데,
대신 비싼 소비로 이를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소비'는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 그 이상이다.
인간 심리와 직결돼 있다.
국내 성인 1000명을 조사했더니 직장, 인간관계, 가사·육아, 취업으로 인한 일상의 스트레스나 우울함을
'나를 위한 소비'로 푼 적이 있다는 응답이 열에 아홉이었다.
▶원래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는
배우자에게 과소비로 보복하기 위해 사치품 등을 흥청망청 사들이는 걸 뜻한다.
지금은 코로나에 보복하듯 미뤄 둔 소비를 한꺼번에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코로나 때문에 외식도, 쇼핑도, 여행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콕 박혀 있느라 힘들었기 때문에
일종의 '보상 소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5월 초 노동절 황금연휴에 이 '보복성 소비'를 폭발적으로 늘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최대 소비 도시 상하이는 '5·5 쇼핑데이'를 기획하 고 있다.
▶우리도 '보복 소비'든, '보상 소비'든 뭐든 활성화되어서
코로나로 피해가 심각한 자영업자나 피해 기업의 매출이 회복되면 좋겠다.
하지만 코로나 불황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기업 매출이 반감하면서 실물경제 타격은 이제 시작이다.
'보복성 소비'가 훨훨 일어나려면 결국 기업이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연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