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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29] 석회 가루 뒤집어쓴 돼지

colorprom 2020. 4. 29. 14:33


[이한우의 간신열전] [29] 석회 가루 뒤집어쓴 돼지


조선일보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입력 2020.04.29 03:14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후한(後漢)의 은둔 학자 왕부(王符)가 지은 '잠부론(潛夫論)' 현난(賢難·뛰어난 이는 어려움을 겪는다)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사냥꾼이 사슴 사냥을 하고 있었고 인근에서는 돼지를 몰던 무리가 있었다.

사냥꾼은 사슴을 쫓느라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돼지를 몰던 무리는 사냥꾼의 소리를 듣고서 자신들도 크게 화답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냥꾼이 저쪽 무리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진귀한 사냥감을 쫓는 것이라 여겨

사슴 사냥을 중단하고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가서 매복했다.

잠시 후에 석회 가루를 뒤집어쓴 돼지가 자기 앞에 달려오자 진귀한 동물이라 여기고 이를 잡아다가

집에서 지극 정성을 다해 길렀다.

얼마 후 비가 내려 석회 가루가 씻겨나가자 일반 돼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왕부는 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사냥꾼의 잘못은 '소리만을 쫓아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상은 살피려 하지 않은 채

거짓된 정의[虛義]를 설정해놓고 패거리만 모아서 그것을 진실인 양 믿으려 하는 사람들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정치 현실을 비판하며 인사를 책임진 자들이 선비를 뽑는 것을 보면

마치 그 사냥꾼이 사냥하는 것과 닮았다고 비꼬았다.


이런 일은 왕부가 살던 시대 이전부터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는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일견폐형 백견폐성(一犬吠形百犬吠聲)',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니 온갖 개들이 그 소리를 듣고서 짖어댄다는 속담을 인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특정 세력이 목청을 높이는 '검찰 개혁'이니 '언론 개혁'이니 하는 것들도

실상을 살펴보면 허의(虛義)에 가깝다.

민생이나 국민 전체의 의견과는 무관한 자기 파당만의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당선인이 너무도 당당하게 '검찰권 남용' 운운한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그림자라도 보고서 짖는 한 마리 개라기보다는

그 소리를 듣고 짖어대는 온갖 개들 중 한 마리의 외침으로 들릴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8/20200428037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