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총리 미래 전망 핑크빛… 글로벌 상황은 계속 경고신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 올 때 이겨낼 수 있는 준비가 더 절실
여당(與黨)의 총선 압승 덕분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정부의 전망은 꽤 낙관적인 것 같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6일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면서도
"우리가 걸어가는 곳이 새로운 길이 되고, 세계인이 따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일상,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준비하겠다"면서
"경제, 산업, 교육, 보건, 안전 등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세계적 규범과 표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이라고 했었다.
세계적 코로나 대유행 속에 확인된 대한민국의 비교 우위를 유지하고 증폭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셈이다. 총선에서 어느 쪽을 지지했든, 한국민이라면 누구나 믿고 싶은 희망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세계 질서가 정말 그렇게 낙관적인가.
최근 세계적 석학과 명사들이 벌이는 갑론을박을 보면 회의가 든다.
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상황을 우리가 다시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을 기반으로 한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세계인에게 큰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 연대와 협력이야말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개방성'은 코로나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코로나) 대유행이 세계무역과 사람의 이동이 번영의 근원인 시대에
성곽도시의 부활이란 시대착오를 촉발했다" 고 우려했다.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의 대두는 개방경제와 자유무역에 기반한 한국에 위기일 수밖에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가디언지(紙) 기사에서
서구 국가들이 상품을 수입하는 대신 국내 생산을 늘리기로 하면,
수출 주도 경제 기반 한국이 장기적 곤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칭찬'은 들을지언정 '시장'은 잃게 될 것이란 얘기였다.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주도할 리더도 보이지 않는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포린어페어스 칼럼에서 "미국의 뚜렷한 리더십 결여"를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맹비난하고, 동맹국에 갈 마스크를 가로채면서 '미국 우선주의'에만 몰두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제 코가 석 자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는 중립성과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다.
1945년 이후 대한민국의 번영을 가능케 했던 미국 주도의 국제협력 체제는 이렇게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서구의 위기는 중국·러시아 같은 나라에 좋은 체제 선전의 기회다.
시진핑의 중국은 '코로나 국제협력'을 외치며 세계 각국에 마스크와 인공호흡기를 수출하고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다.
미국을 경원(敬遠)하고 일본을 배척하며 북·중·러에 친근감을 느끼는 여권의 본류는
이런 시진핑이 수조원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트럼프보다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은 '투명성'과 '민주성'을 충족할 수 없다.
우한에 퍼진 바이러스를 최대한 은폐하고 있던 작년 12월,
중국 당국은 휴대전화 신규 개통자의 안면 스캔을 의무화했다.
세계적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과 이스라엘의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 등이
중국형 '감시 사회'의 확산을 우려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조지 오웰이 쓴 '1984'의 베이징 버전이 안면 인식과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 위에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한국의 성공을 이끌어 낸 많은 가치가 힘을 잃는 시대가 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질서를 준비하는 것은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