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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 반대를 許하라 (마이클 브린, 조선일보)

colorprom 2020. 4. 27. 15:08


[朝鮮칼럼 The Column] 야당에 반대를 許하라


조선일보
                         
             
입력 2020.04.27 03:20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반대하라고 말해야 한다
야당이 논쟁하며 최선의 대안을 제시해야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한국, 한국인' 저자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한국, 한국인' 저자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19 위기의 여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을 언급하면서

"이번 총선의 의미는 국민이 정치권에 국난 극복을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으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당시 정부 여당에) 협조를 한 기록이 없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 언급의 진짜 의미는 '당신들 야당은 패했고 소수가 됐다.

제발 전쟁 포로처럼 처신을 잘하라. 그러면 잘 대우해 주겠다'라고 생각한다.

내가 틀렸을 수 있다.

어쩌면 문 대통령은 삭발과 몸싸움에 가끔 망치와 소방 호스까지 휘두르는 것이 특징인 국회가 아니라

잘 짜인 논쟁과 때론 유머가 깃든 좀 더 성숙한 국회를 보고 싶다는 유권자들의 열망에 응답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협조라는 말은 잘못된 단어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진정 협조를 제안하고 싶다면 야당 인사들을 정부나 대통령 자문 그룹에 참여시켜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협조가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본심은 주요 여야 정당의 원내대표들이 협조해서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야가 싸우면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이 차질을 빚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협조라는 아이디어를 거부해야 한다.

심술궂게 행동하라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우선, 야당의 임무는 반대하는 것이다.

정치인의 월급은 우리, 즉 독자 여러분과 나 같은 대한민국의 납세자가 주는 것이란 점을 잊지 말자.

우린 고용주로서 야당 의원들이 그들의 일, 즉 반대하는 일을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

이런 바람을 갖는 것은 때론 스트레스를 유발하긴 해도

경쟁이야말로 더 건강한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비즈니스와 교육, 스포츠, 심지어는 종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진실이다.

이번에 당선된 의원들이 모두 정부 여당과 협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

차라리 그들을 타다 운전자로 보내 일하게 하고 우리 세금을 아끼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야당이 반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문재인 빼고 다'라는 식의 반대를 하라는 게 아니다.

국민야당이 품위 있게 행동하기를 원한다.

국회의원은 정부 여당의 법안이나 제안에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경우,

대안을 선명하고 또렷하게 설명해주면서 논리 정연하고 선의에 기반한 주장을 국민에게 내놓아야 한다.

그런 주장은 사리에 맞는 철학적 입장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이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정치적 결정이란 그 어떤 것이든 한쪽을 포기하는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전 논쟁 때 모든 옵션을 충분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야당은 선택되지 않은 옵션을 대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문 대통령의 협조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그 요구가 국회라는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식에 어긋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어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 국회에는 민주주의가 정당 간 순조로운 협력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있다.

각 당 원내대표는 중요 법률 표결에 앞서 의견 일치를 이루겠다며

자신들 당 소속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당과 협의하는 경우도 있다.

의회 내 다수당이 다른 정당과 협의 없이 법률안을 통과시킬 때면 의회 내 불문율을 깼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다수당이 다수결의 원칙을 행사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용납돼야 한다.

이번 총선처럼 유권자들이 한 정당에 확실한 과반을 안겨줬다면

그 정당은 야당 반대에도 법안을 강행하면서 비민주적이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수당의 일방적 횡포에 대한 혐오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다수당의 일방통행이 비민주적이라는 생각은 선거가 공정하지 않았던 시대의 유물이다.

실제로 여야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당과 협상하는 것은

대기업이 가격 담합을 통해 자유 시장을 배신하는 것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다.

물론 협상은 좋은 것이고, 다수에 의한 지배가 나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은 다른 어떤 고려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반대하라고 말해야 한다.

야당이 훌륭하게 논쟁을 하고, 최선의 대안을 제시하고,

그래서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7/20200427000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