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4.25 03:00
[아무튼, 주말]
소문으로만 듣던 달고나 커피를 마셨습니다.
400번을 직접 저어야 한다는 수제 달고나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실제 달고나 과자 조각을 커피 위에 얹어 파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생겼더군요.
결론은 당(糖) 충전을 넘어 당 폭탄이라는 것. 달콤함을 지나 어지럽더군요.
며칠 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런 장면을 봤습니다.
며칠 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런 장면을 봤습니다.
일종의 '공부 예능'인데, 성적이 위가 아니라 아래부터 세는 게 훨씬 빠른 고교 2년생이 주인공.
친구와 함께 한 30분가량 영어 공부를 하더니, 힘들다며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 "나는 역시 공부보다는 음악이 맞는 것 같아."
그 학생의 음악적 재능을 응원해주고 싶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보다 음악이 맞는 게 너뿐일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더라도 영문 독해나 미적분 풀이보다는 음악 감상이 더 달콤하지 않을까.
주변에는 달콤함이 널렸습니다. 진지하고 복잡한 이야기는 외면받기 십상이죠.
주변에는 달콤함이 널렸습니다. 진지하고 복잡한 이야기는 외면받기 십상이죠.
순식간에 휘발하더라도 트렌드 민감한 이야기만 좋아합니다. 달콤한 악마들.
문득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로 이름난 소설가 생각이 났습니다.
문득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로 이름난 소설가 생각이 났습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
얼마 전 그의 에세이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을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류가 만난 20대 초반의 잘생긴 카레이서는 술도, 영화도, 파티도, 데이트도 사양하는 삶을 삽니다.
청년의 이유는 이렇습니다. 자기도 이성하고 놀고 싶고 그게 얼마나 즐거운지도 잘 안다고.
하지만 그 좋은 기분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고.
그러나 레이스에서 멋진 기록을 내면 정말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라고.
좋은 기분이 평생 이어질 것 같은 일을 해내고 싶다고.
이번 주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미래통합당 해운대을 김미애(52) 당선인입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미래통합당 해운대을 김미애(52) 당선인입니다.
곽창렬 기자가 띄운 200자 원고지 130장 분량의 초고를
읽고,
저는 우리 사회가 달콤함만 추구한다는 의심을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아픈 엄마 리어카에 싣고 30분 거리 교회에 기도하러 가던 소녀,
부모 잃고 방직·봉제 공장 전전하던 여고 중퇴생은 늦깎이 야간대학생이 되어 34세에 사법고시에 합격합니다. '노오력'과 '꼰대'라는 비아냥거림을 돌파하는 삶, 순간의 달콤함을 넘어서는 삶을 소개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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