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4.18 03:18
이번 총선에서 사전 투표를 처음 해봤다는 선배가 "세상 참 좋아졌어"라고 했다.
직장 근처에서 신분증 확인만으로 멀리 떨어진 관외(管外) 주소 투표용지가 인쇄돼 나오는 걸 보고
감탄했다고 했다.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한 편리함 덕에 2014년 도입 이래 사전 투표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선 26.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전체 투표자 열에 넷꼴이다.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본투표일을 휴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개표 때 사전 투표함을 마지막에 연다는 규정은 없다.
▶개표 때 사전 투표함을 마지막에 연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관외 사전 투표는 일일이 우편 봉투를 개봉해야 하니 개표 작업이 더디다.
그래서 결과가 가장 늦게 합산된다. 제일 먼저 투표한 민심이 맨 나중에 확인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막판에 승부가 뒤집힌 것은 바로 이 사전 투표의 힘이었다.
▶15일 밤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 득표 차가 근소한 곳이 많았는데
막판에 사전 투표 결과가 더해지면서 민주당이 이 지역을 모두 이겼다. 10~15석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전체 지역구 득표율은 민주당 대(對) 통합당이 5대4였지만
사전 투표에서 여야 득표율은 '6대3'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사전 투표에서 민주당이 압승해 기록적 대승을 거뒀다는 것이다.
▶사전 투표는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이 했다.
▶사전 투표는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이 했다.
호남 지역 사전 투표율은 다른 지역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았다.
이 비율은 수도권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됐을 것이다.
젊은 층도 사전 투표를 많이 했다.
병역, 직장, 학업 등으로 타지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사전 투표를 활용한다.
미국도 사전 투표에선 젊은 층 지지도가 높은 민주당이 공화당을 압도한다고 한다.
이번 사전 투표 기간과 맞물려 유독 통합당 쪽 악재가 많았다.
"3040은 논리가 없고 무지하다"는 발언이 나오고 '세월호 막말' 논란이 벌어졌다.
통합당 윤리위가 세월호 발언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날이 사전 투표가 시작된 바로 그날이었다.
최악 시점이었던 셈이다.
▶반면 음담패설 팟캐스트 출연 논란 등 민주당 쪽 악재는 사전 투표 이후에 벌어졌다.
▶반면 음담패설 팟캐스트 출연 논란 등 민주당 쪽 악재는 사전 투표 이후에 벌어졌다.
음담패설 논란을 일으킨 후보는 본투표에선 야당 후보에게 졌지만 사전 투표에서 이겨 신승할 수 있었다.
사전 투표를 한 유권자는 선거 막판 이슈가 돌발하면 자신의 최종 판단을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어쨌든 사전 투표가 정착하면서 젊은 층 투표율은 갈수록 올라갈 것 같다.
이래저래 젊은 층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정당은 설 자리가 좁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