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4.03 21:30 | 수정 2020.04.03 23:29
반체제 인사였기에 옛 소련에서 추방된 이후 미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있습니다.
유대계 미국 시인 조셉 브로드스키입니다.
그가 이렇게 썼습니다.
'분서(焚書)보다 나쁜 범죄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책을 안 읽는 것이다
(There are worse crimes than burning books. one of them is not reading books).'
이 명구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사진)'의 주제입니다.
이 명구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사진)'의 주제입니다.
무대는 1958년 서독. 36세 전차 검표원 한나가 희소식을 받아 듭니다.
사무직으로 일하라는 승진 발령입니다.
한나는 이 사실을 자기 연인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도망칩니다.
그녀는 문맹입니다.
바뀐 무대는 1966년 법원. 법대생 마이클이 재판을 방청합니다.
사건 내용은 아우슈비츠 여성 감시원이 유대인 다수를 죽인 1944년 살인입니다.
폭격받아 불타는 교회 안 유대인을 구하지 않고 죽게 놔둔 감시원 이름은 한나 슈미츠.
마이클이 경악합니다. 자기를 버리고 떠난 8년 전 연인이 눈앞에 있는 피고이므로.
마이클은 한나의 진술을 듣던 중 알게 됩니다.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독일 태생 유대계 미국인 정치사상가 해나 아렌트가 책 '전체주의의 기원'(1951)에 쓴 글을 소개합니다.
독일 태생 유대계 미국인 정치사상가 해나 아렌트가 책 '전체주의의 기원'(1951)에 쓴 글을 소개합니다.
'전체주의의 이상적인 지배 대상은 사실과 허구의 차이, 진실과 거짓의 차이를 분별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진실과 거짓은 곧 선과 악이지요.
사유 능력이 떨어진 한나는 사건 당시 선악을 분별하지 못했던 겁니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한나가 서명한 나치 독일 친위대 문서는 그녀를 무기징역형에 가둡니다.
변호사가 된 마이클이 책을 녹음해 한나에게 보냅니다.
그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며 한없이 좋아한 옛날처럼 한나는 테이프를 들으며 다시 행복해합니다.
도서관에도 갑니다. "책을 빌리고 싶어요(I want to take out a book)."
그녀가 난생처음 해본 말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재회를 꿈꿔온 60대 모범수 한나가 마음을 굳게 잠급니다.
화근은 면회 온 마이클이 던진 질문. 뭔지는 가려둡니다.
한나가 책이 수북한 책상에 올라섭니다. 출소 며칠 전입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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