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불길 속에 달려드는 나방 같아요(You're like a moth to a flame).'
우려의 이 말을 무시로 들은 '당신'은 미국인 마리 콜빈입니다.
그녀가 뛰어든 불길은 분쟁 지역과 내전의 최전선입니다.
'프라이빗 워(A Private War· 사진)'는 영국 선데이타임스 베테랑 해외 특파원 콜빈의 삶을 기록한
전기 드라마입니다.
'가장 힘 있는 무기는 진실이다(The greatest weapon is the truth).'
콜빈이 불길에 달려드는 이유를 응축한 문장입니다.
'의심은 지혜의 원류(源流)다(Doubt is the origin of wisdom).'
이건 불길에 달려들기 전 그녀가 나침반으로 삼는 문장이고요.
진실에 다가가려면 진실인지 아닌지 먼저 의심해봐야 하는 법이니까요.
그녀가 의심하는 건 독재자들이 외치는 주장의 사실 여부입니다.
수많은 이라크 소녀가 성폭행당하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알카에다 만행이오."
의심하는 콜빈은 목숨 걸고 잠입해 증인들을 인터뷰합니다. 진실은 이라크군과 경찰의 만행입니다.
시리아 민간인이 연일 포격에 목숨을 잃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주장합니다. "반군 테러요."
콜빈은 그곳 심장부에도 뛰어들어 유가족 증언을 취재합니다. 진실은 정부군의 만행입니다.
대단원은 콜빈과 미국 CNN의 2012년 생방송 인터뷰 장면입니다.
특히 콜빈은 시리아 여성과 어린이 난민의 피맺힌 질문을 현지에서 대신해 전합니다.
"왜 우리가 버려진 거죠(Why have we been abandoned)?"
정부군 드론이 콜빈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는 절체절명 위협 속에서도
그녀는 국가가 그들의 난민을 안 지켜주는 이유를 까발립니다.
CNN 인터뷰 이후 어떤 매체도 콜빈의 육성(肉聲)을 전하지
못합니다.
끝부분 자막은 밝힙니다.
'그 후로도 계속된 잔학 행위가 50만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a voice to the voiceless)로 뛰다가 산화(散花)한 마리 콜빈.
자기 직업을 그녀는 이렇게 표현한 바 있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려주는 증인입니다(My job is to bear wit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