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뒤늦게 우한코로나 '팬데믹' 선언... 韓방역대책 어떻게 달라지나
입력 2020.03.12 10:20 | 수정 2020.03.12 13:48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 시각)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국내 방역당국의 후속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WHO가 특정 감염병에 대해 팬데믹으로 규정한 건 사상 3번째로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마지막이었다.
우한 코로나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급격히 확산하며
앞서 우한 코로나가 전 세계 인구의 최대 70%까지 감염시킬 수도 있다는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교수의 경고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감염학 전문가들도 현지 감염자가 7000만명에서 최대 1억5000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암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이는 우한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방역당국의 대책에도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함의를 지닌다.
국내의 경우 이달부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수가 폭증하다가 최근에는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최대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WHO가 팬데믹을 선포하며 해외 감염원 차단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 119개국, 감염자만 12만명… WHO의 ‘뒤늦은’ 결단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우한 코로나는 급속히 확산돼 전 세계 119개국에 퍼졌다.
확진자만 12일 기준으로 12만1700명, 사망자만 4382명에 달한다.
이에 전 세계 많은 보건 및 감염병 전문가가 이미 팬데믹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지만
WHO는 ‘중국 눈치보기’와 ‘공포심리’ 확산을 이유로 팬데믹 선언에 주저해왔다.
팬데믹 선포의 기준은 다소 모호하다.
강력한 전염성, 사람 대 사람 간 전염, 동일한 전염병이 2개 대륙 이상에서 발생할 것 등이다.
다만 감염자 수와 사망률 등 구체적 기준은 없었다.
국내외 학계에서 이미 이달초부터 "WHO의 기준으로도 이미 팬데믹의 요건을 갖췄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미국 CNN은 WHO의 권고를 무시하고 팬데믹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사면초가에 몰린 WHO가 12일 뒤늦게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각국 정부는 우한 코로나의 확산을 인정하고 차단보다는 치료와 억제에 초점을 맞추게 될 전망이다.
WHO가 앞서 1월 30일 발표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는
전염병의 위험을 경고하고 ‘차단’에 중점을 두는 선언이다.
반면 팬데믹 선언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을 인정하는 한편,
개별 국가의 치료와 억제, 즉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10년전 신종플루 팬데믹 선포, 그때와 다른 점은?
WHO가 지금까지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독감 사태와 2009년 6월 H1N1 등 두 번뿐이다.
가장 최근에 선포된 팬데믹인 신종플루의 경우 2009년 6월 11월에 공식적으로 발표됐는데,
당시 기준으로 총 74개국에서 2만8774명의 감염자와 사망자 144명이 발생한 후였다.
국내에서는 확진자가 56명 수준이었으며 외국어 예비강사 22명의 집단발병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해외 입국자였다.
신종플루가 팬데믹으로 선포될 당시
가장 큰 규모의 확진자들은 주로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에 분포해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1만3000여명의 확진자에 2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었고
멕시코(6241명), 캐나다(2446명), 호주(1307명), 영국(822명) 등
아시아보다는 유럽과 미 대륙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미국 현지에서 우한 코로나 감염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텅 빈 뉴욕 타임스퀘어 거리를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따라 팬데믹 선포 이후에도 국내 방역 당국의 대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는 WHO의 팬데믹 선포 이후
관계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기평가회의'를 긴급 개최해
WHO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선언에 따른 국가 전염병 위기 수준을 논의했지만
아직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위기 경보 기준을 '주의' 단계로만 유지했었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에서 두번째 단계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신종플루와 달리 우한 코로나의 경우
발병 초기부터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확진자수가 많은 나라 중에 하나였다.
애초에 발병의 시작이 인접국인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사실상 이미 팬데믹 상태였던 셈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24일
우한 코로나의 급격한 확산을 막기 위해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
최근에는 누적 확진자수가 1만2462명으로 폭증한 이탈리아, 8042명이 발생한 이란에 이어
세 번째로 밀려났지만 국내에도 여전히 7755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최대의 인구가 밀집한 서울 지역에서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대규모 감염의 위험이 남아있다.
◇ "韓 이미 팬데믹 준하는 방역대책 시행 중"…사회적 거리두기 계속 중요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이 팬데믹에 준하는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보고,
의료진 및 환자 간호를 위한 충분한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태형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대책위원(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펜데믹의 정의로 봐선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급증했을 당시
2개 대륙 이상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이미 선포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WHO의 선포와 관계없이 이미 ‘팬데믹’에 준하는 방역 대책을 해왔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위생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며,
지금 방역대책에서 더이상 바뀔 것은 없고
기존 의료진, 역학조사팀 등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지원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강조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보다 세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앞서 서울 구로구 신도림 콜센터의 우한 코로나 집단감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서
일상 생활 뿐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근무지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며
"사업체에서도 원격업무나 재택근무 등을 활성화해야 하고,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근무지에서 되도록 거리두기에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위생 수칙으로는
마주 보고 대화할 때 2m 정도 거리두기,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하기,
흐르는 물에 비누로 꼼꼼하게 손 씻기,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을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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