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로또 2등과 3등 (이라윤 간호사, 조선일보)

colorprom 2020. 3. 9. 15:56



[일사일언] 로또 2등과 3등


조선일보
                         
  • 이라윤 간호사·'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 저자
             
입력 2020.03.09 03:02

이라윤 간호사·'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 저자
이라윤 간호사·'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 저자
고속도로만 다니다 오랜만에 국도로 들어섰다. 도로변에 상점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다.
'호두과자' '기사식당' '국밥'….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한 번씩 갈 때면 '방앗간' '이발소' 등의 가게를 보는 것처럼 정겨워
국도변 상점 이름들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또 하나의 간판. 다른 가게들과 달리 샛노란색으로 '로또'라고 적힌 간판이었다.
나도 모르게 "로또?"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그러자 동행하던 사람이 "저 가게 들러서 로또 사갈까?" 물었다.

평소에 로또를 사본 적이 없었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돈을 받으면 행복할까?'라는 의문이 있었고,
당첨될 확률도 거의 0%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돈 낭비라 생각했다.
쉬어갈 겸 주차하고 로또 가게에 들어섰다.
당첨을 자랑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많은 사람이 들렀다 가는 곳인지 로또 번호를 색칠하는 펜들은 많이 해져 있었다.

우리는 자동으로 뽑기보다는 번호를 색칠한 뒤 서로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색을 칠하며 로또를 처음 사본다고 동행에게 말했더니, 그는
"친구가 2등 당첨된 것을 보고 나선 한 번씩 산다"고 했다.
주변에 실제로 당첨된 사람이 있다니 신기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와 그 사람은 진짜 행복했겠다. 갑자기 하늘에서 몇 천만원이 뚝 떨어진 거 아냐!"

"좋아할 것 같지?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숫자 하나만 더 맞혔으면 1등인데? 몇 억을 받을 수 있었는데?"

'땡!' 하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5000원을 투자해 몇 천만원이 생겼는데도 행복해하기보다는 안타까워했다는 말에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하다'는 어느 연구 결과가 떠올랐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 놓친 것을 아쉬워하지만,

동메달리스트는 메달권에 든 것을 만족해하기 때문이라는 것.


로또 2등을 했다는 그 사람이 3등을 했으면 덜 안타까워했을까?

갑작스러운 선물에도 감사하지 못하는 우리 마음이 슬프게 다가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9/20200309002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