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3.07 03:12
부탄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매일 5분,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속삭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빛과 어둠, 해와 달처럼 두 가지 상반된 것들이 공존한다는 말을 듣는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온 생을 다해 죽어 가고 있다는 진실 말이다. 막 삶을 시작한 아이가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걸 무의식중에 받아들이는 이 과정은 오랜 삶의 지혜처럼 느껴진다. 열 달 동안 익숙해진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로 새겨진 진실은 살면서 잊히긴 하겠지만, 결정적 순간에 삶의 유한함이 아이의 통증을 달래고,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모든 것에는 죽음 같은 끝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역설적 진실 말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 손을 잡아 볼 일이다. 오늘이 그 사람과 지내는 마지막이라면 우리는 어떤 눈으로 그를 바라보게 될까. 조앤 디디온의 책 '상실'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서술되어 있다. 딸이 의식불명에 빠진 채 병원에 누워 있을 때, 그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하지만 책은 놀라울 정도로 슬픔의 물기를 걷어 낸 사실적 문장으로 가득 차 있었고, 결국 나는 한 문장 앞에서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때, 그(남편)는 살날이 25일 남아 있었다. … 그때, 그는 수명이 120시간 남아 있었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이 120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어느 날의 내가 바로 저런 문장을 쓰게 될까 봐 평생을 마음 졸인 기분이었다. 나는 겁에 질린 채 책을 읽다가, 주어진 시간이 얼마일지 알았다면 그동안 남편과 자신이 어떻게 보냈을지 회상하는 작가의 이야기에서 숨이 막혔다. 돌고래는 짝이 죽으면 먹이를 거부한다. 기러기는 하늘을 날며 울음소리로 짝을 찾다 방향감각을 잃는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미래를 너무 믿지 말기로 하자. 그냥 지금을 살자. 우리가 살 수 있는 이 유일한 시간을.
그러니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 손을 잡아 볼 일이다. 오늘이 그 사람과 지내는 마지막이라면 우리는 어떤 눈으로 그를 바라보게 될까. 조앤 디디온의 책 '상실'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서술되어 있다. 딸이 의식불명에 빠진 채 병원에 누워 있을 때, 그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하지만 책은 놀라울 정도로 슬픔의 물기를 걷어 낸 사실적 문장으로 가득 차 있었고, 결국 나는 한 문장 앞에서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때, 그(남편)는 살날이 25일 남아 있었다. … 그때, 그는 수명이 120시간 남아 있었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이 120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어느 날의 내가 바로 저런 문장을 쓰게 될까 봐 평생을 마음 졸인 기분이었다. 나는 겁에 질린 채 책을 읽다가, 주어진 시간이 얼마일지 알았다면 그동안 남편과 자신이 어떻게 보냈을지 회상하는 작가의 이야기에서 숨이 막혔다. 돌고래는 짝이 죽으면 먹이를 거부한다. 기러기는 하늘을 날며 울음소리로 짝을 찾다 방향감각을 잃는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미래를 너무 믿지 말기로 하자. 그냥 지금을 살자. 우리가 살 수 있는 이 유일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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