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3.03 03:00
지방 정부들, 경제 실적 만들려고 "전력 사용량 끌어올려라" 지시
에어컨 켜 공장 가동한것처럼 속여
중국에서 직원이 없는 빈 공장에 에어컨을 켜는 등의 방법으로
전력 소모량을 늘리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방정부가 관내 공장들에 '전력 사용량 목표치'를 하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력 소모량은 제조업 공장 가동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중국 내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자
중국 지방정부들이 중앙에 내세울 경제 실적을 만들기 위해 통계 수치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나온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중국 저장성(浙江省) 내 최소 3개 도시가 전력 사용량 목표를 각 기업에 제시했다고 2일 보도했다.
저장성의 한 공장 주인은 지난달 26일 블룸버그에
"우한 코로나 이전 전력 사용량의 20%를 채우라는 지침을 받아
공장의 에어컨을 모두 켜고, 빈 기계를 돌리고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중국 내 공장 대다수는 가동이 불가능했다.
최근까지 중국 내 공장 대다수는 가동이 불가능했다.
기계를 돌릴 직원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월 24일 시작된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즈음 코로나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춘제 연휴 자체를 연장했다.
연휴가 끝나고 난 뒤에도
고향에서 공장으로 돌아온 종업원들에게 14일 동안 자가 격리 조치를 취하는 곳이 많았다.
직원들이 일터로 복귀하기 시작한 것은 2월 말이었다.
직원 복귀 후에도 부품이나 자재 수급이 어려워 가동을 못 한 공장도 부지기수다.
저장성 현지 신문인 '타이저우(臺州)일보'는 지난달 29일 1면 논평에서
저장성 현지 신문인 '타이저우(臺州)일보'는 지난달 29일 1면 논평에서
"지방정부가 전력 사용량 목표 달성에 집착하는 것은 경제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광둥성 등의 경제 현황을 평가할 때 전력 소모량에 주목하는 점을 지적하며 "저장성뿐 아니라 중국 곳곳에서 전력 소모량 조작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 각 지방에서 '전력 사용량 부풀리기'가 일어난 이유는
중국 각 지방에서 '전력 사용량 부풀리기'가 일어난 이유는
성의 지방 관료들이 중앙정부가 부여한 공장 정상화 임무를 과도하게 수행했기 때문일 수 있다.
전병서 경희대 차이나 MBA 객원교수는
"중국 전역의 공장이 멈춰 서자 2월 중순부터 생필품이 부족해졌고,
중국 중앙정부는 감염 확산 위험보다 공장 가동 중단이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고 판단해
각 지방정부에 공장 가동 정상화를 요구했다"면서
"지방정부가 관내 공장 재가동을 독려한 방침이 '전력 소모량 하달'로 와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국의 성급 지방 관료들은 수치로 나온 실적에 따라 승진과 임면이 좌우된다.
중국 중앙정부는 자국 내 코로나 확산세가 꺾인 지난달 하순부터
중국 중앙정부는 자국 내 코로나 확산세가 꺾인 지난달 하순부터
경제가 회복됐다는 통계 발표를 잇달아 내고 있다.
1일에는 중국국유재산감독관리위원회(SASAC)가 중국 국유기업의 90% 이상이 조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유기업은 대부분 코로나 피해가 덜한 중국 대도시에 분포돼 있어 대표성이 떨어지고,
부품·자재 조달은 여전히 쉽지 않아 조업 재개가 가동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5.7로,
2008년 11월 금융 위기 당시보다 낮은 사상 최저치다.
제조업 PMI는 기업 활동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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