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3.02 03:14
![박수찬 베이징 특파원](https://image.chosun.com/sitedata/image/202003/01/2020030101564_0.jpg)
1949년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이후 최악의 전염병 사태를 겪고 있는 중국은
우한뿐만 아니라 베이징, 상하이 등 대다수 도시에서 아파트 단지 봉쇄, 출입 제한 등
엄격한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식당에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한 후 이름과 신분증 번호(여권 번호), 연락처를 적어야 한다.
공공장소에 들어가고 나올 때
휴대전화로 입구에 붙은 QR 코드를 스캔해 자기 정보를 남겨야 하는 도시들도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출입국 관리사무소, 경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수시로 전화를 걸어 몸 상태를 묻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조치와 함께 '보여주기식' 대책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조치와 함께 '보여주기식' 대책들도 적지 않다.
실제 방역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지만 "우리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메시지만 주는 식이다.
겉치레를 중시하는 중국 사회의 단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싼리툰의 한 식당.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싼리툰의 한 식당.
손님 다섯 명이 테이블 2개에 나눠 앉았다.
이들이 함께 앉기 위해 50㎝쯤 떨어진 테이블을 붙이자 종업원이 달려왔다.
"베이징시 방침에 따라 테이블을 붙이시면 안 됩니다. 시에서 단속해요."
손님들이 테이블 간격을 약간 띄우는 시늉만 했다. 종업원은 "그러면 괜찮다"고 했다.
중국 매체인 신경보에 따르면
중국 매체인 신경보에 따르면
베이징시 시장감독국은 이달 초 요식업체에 공문을 보내
회식, 결혼식 피로연 등 여러 명이 모여서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손님 간 간격은 1m 이상을 유지하라고 했다.
이 매체는 요식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3명이 넘으면 회식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베이징시는 "회식은 자제해야 하지만 3명 이상이라는 기준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손님 간격이 1m가 안 되는 식당들도 여전히 영업 중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음식점이 배달 음식과 함께 넣어놓은 체온 표시지.](https://image.chosun.com/sitedata/image/202003/01/2020030101564_1.jpg)
얼마 전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시켰다.
배달 봉지 안에는 종이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요리를 만든 조리사, 포장한 사람, 배달원 이름과 체온이 각각 적혀 있었다.
이들이 우한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아서 안전하다는 뜻이었다.
'저희는 음식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추적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
그런데 체온을 적은 글씨는 누가 봐도 배달원 한 사람이 쓴 것이었다〈사진〉.
다음번 음식 배달을 시킬 때 배달원에게 물어봤다. 식당이 아니라 전문 배달 업체에 고용된 사람이다.
"불안해하는 손님이 많아서 식당들이 내놓은 정책인데, 사실 제가 그냥 써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러스와의 '인민 전쟁'을 선포한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러스와의 '인민 전쟁'을 선포한 이후
각 지방정부, 마을 단위의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1960~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경찰과 완장을 찬 자원봉사자들이 남의 집 문을 나무판으로 막아버리고,
집 입구를 쇠사슬로 묶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후베이성 정부가 마작·카드 놀이하는 것을 금지하자
완장을 찬 방역 요원이 다른 사람 집에 마구 들어가
마작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일가족을 끌어내고 뺨을 때리기도 했다.
성(省) 정부의 방침은 마작하러 다른 사람 집에 방문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는데,
현
장 방역 요원이 제멋대로 위세를 부린 것이다.
저장성 닝보시는 우한 코로나 의심 환자를 신고해 해당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저장성 닝보시는 우한 코로나 의심 환자를 신고해 해당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제보자에게 2만위안(약 345만원)을 주기로 했다.
14일간 자가 격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신고하면 1000위안(약 17만원)이 지급된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웃들을 제보하게 하고 이간질하는 중국의 고발 문화가 또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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