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기생충과 CJ 이미경 (조용헌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20. 2. 17. 15:30



[조용헌 살롱] [1232] 좌파와 재벌


조선일보
                         
             
입력 2020.02.17 03:14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궁합을 볼 때 상극 관계이면서도 궁합이 맞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와 새우젓의 관계이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은 상극이다.
그렇지만 새우젓을 한 젓가락 집어 먹을 때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는다.

재벌좌파의 관계도 그렇다. 양쪽은 상극이다.
재벌이 돼지고기라고 한다면 새우젓은 좌파라고나 할까.

한국 현대사에서 '재벌, 좌파'가 궁합을 맞춘 경우가 두 번 발견된다.

인촌 김성수가 빨갱이 소리를 들었던 죽산 조봉암을 후원한 경우이다.
죽산이 남한의 혁명적 토지개혁을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지주였던 인촌의 '백업'이 있었다.

이번에 아카데미 4관왕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CJ라는 재벌이 돈을 대고 봉준호라는 좌파 성향 감독이 재능을 발휘한 구조이다.
기생충이 침체되어 있던 나라 분위기를 바꿨다.
바이러스 전염으로 온 국민이 움츠러들고 있는 정국에서
 아카데미 기생충이 들어와 이 바이러스를 잡아먹었다.

아울러 영화라는 투기사업에 계속 뒷돈을 댄 CJ 이미경 부회장의 코멘트가 생각난다.
6~7년 전쯤 이미경과 몇 번 식사했는데, 그가 필자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어요. 거기에다 몸도 불구예요. 나는 뭔 재미로 살아야 하는 거요?
그래서 영화를 좋아해요. 조 선생님, 내 병 고칠 수 있는 영험한 도사 좀 알면 소개해 주세요."

껍데기는 남들이 선망하는 돈 많은 재벌가 딸이고 부회장이지만
그 내면세계는 인생의 낙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녀의 병을 낫게 해 줄 수 있는 도사 연줄을 가동시켜 보았다.
지리산·설악산·오대산·팔공산·계룡산·가야산·한라산 도사들에게 사발통문을 보냈다.
팔공산의 팔봉(八峰) 선생에게서 회답이 왔다.
"그녀는 전생에 큰 객줏집의 대모(代母)였다.
많은 사람에게 밥을 먹이고도 그 외상값을 받지 않는 공덕을 쌓아서 부잣집에 태어났다.
특히 광대패, 소리꾼 같은 예능인들에게 밥을 많이 먹였다.
몸이 불구인 것은 선대에 사냥을 즐긴 업보이다.
개인의 업보도 있지만 집안의 업보도 있다"라는 해석이었다.

빈부(貧富)와 귀천(貴賤)은 생을 바꾸면서 교대한다는 게 윤회의 법칙이다.

이번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에는
재벌가 이미경의 전생 업보와 한(恨)이 크게 기여했다는 게 나의 주관적인 해석이다.
영화 사업이 자신의 업보이자 한을 푸는 계기였다.

"조 선생님, 한국이 가진 자산은 훌륭한 아티스트들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6/202002160167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