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우한폐렴]"그냥, 당연히 할 일을 한다"는 당신께

colorprom 2020. 2. 17. 15:11

[태평로] "그냥, 당연히 할 일을 한다"는 당신께


조선일보
                         
             
입력 2020.02.17 03:16

교민 보내고 武漢에 남은 외교관, 감염 위험에도 자원한 의료진
이들처럼 '당연히 할 일' 하면 "당신이 검사냐" 질문 받을 일 없다

조중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조중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중국 우한(武漢)의 한국총영사관 외교관들은 이번에도 남았다.
지난 12일 새벽 교민과 가족 147명을 전세기 편에 떠나보내고 공항에서 다시 우한 시내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달 31일, 이달 1일에 이어 세 번째 반복한 일이다.

우한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 4만명에 육박한다.
하루 추가되는 확진 환자가 수천명, 사망자는 수백명 단위이다.
누적 사망자는 1200명을 넘어섰다.

이곳 거주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자칫 감염될 경우 제대로 치료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진도 없는 호텔에 환자를 몰아넣은 뒤 봉쇄하는 야만적인 대응책이 외신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도시에 총영사관이광호(51) 부총영사와 주태길·이충희·정다운 영사가 남았다(총영사는 공석).

여전히 우한에 교민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외교관들이 남는 건 마땅한 일이다.

국립중앙의료원서울의료원, 명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갖춘 병원에선
의료진이 우한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김연희 간호사도 그들 중 한 명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격리병동 근무를 자원했던 그는 이번에도 격리병동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간호사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왜 자원했냐는 질문에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당연히 근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울의료원에선 간호사 27명이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데 모두 자원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대단한 분들이다"는 말에 간호사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고, 그냥 근무하는 건데요"라고 했다.

외교관들이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본분이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감염에 두려움을 느끼고, 혹시라도 감염돼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가정에 닥칠 타격을 걱정하는
생계의 전선에 선 생활인이기도 하다.
의료진은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직군이다.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았고 방호복을 입었다 해도 허점이 생길 수 있다.
사스 때 그랬고, 메르스 때도 그랬다.

중국 우한대학교 중난병원이 우한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 138명을 분석했더니
41%가 병원 안에서 감염된 사람들이었다.
17명은 다른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였고, 40명은 병원 의료진이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 전체 환자가 186명이었는데, 그중 25명이 의료진이었다.

위난(危難) 상황에서 외교관의료진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지라도 우리는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동안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는 공직자직업인들
우리는 얼마나 숱하게 봐왔는가.
"당신이 검사냐?"는 질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검사로서의 최저 기준, 도저히 포기하면 안 되는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그 선을 넘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다면
그는 더 이상 '검사'가 아니라는, 존재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검찰총장과 다른 검찰 간부들, 수사팀이 모두 "기소해야 한다"고 한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
홀로 "무혐의로 하자"는 검찰 간부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
13명에 대한 총장의 기소 지시와 수사팀의 기소 건의를 뭉갠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해당된다.

어느 공직자, 직업인이든 이런 질문에 직면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쉬운 해법이 있다.
김연희 간호사처럼 "그냥,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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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6/20200216016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