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세상에 나쁜 가족은 있다

colorprom 2020. 1. 28. 19:26



[일사일언] 세상에 나쁜 가족은 있다


조선일보
                         
  • 이진송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저자
             
입력 2020.01.28 03:00

이진송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저자
이진송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저자
설 연휴를 지내고 돌아오는 기차 안은 붐볐다.
보자기에 싼 찬합을 든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내 가방도 나 하나 굶을까 염려한 엄마가 챙겨 넣은 떡국용 떡이며 잡채, 갈비찜으로 묵직했다.

'가족'은 명절의 대표적인 이미지다.
길게 늘어선 귀성 차량,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반가워하며 덕담과 세배를 나누는 모습이 미디어를 채운다.
동시에 명절 노동을 둘러싼 성차별, 결혼 참견 같은 세대 갈등이 두드러진다.
이래저래 가족 안에서 지지고 볶는 일이다.
이러한 피로를 피해 최근에는 '나 홀로 명절'을 보내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가족주의'정상 가족'이라는 구성을 전제로 하고, 효와 사랑을 가족 자체의 속성인 양 유통한다.
가족은 당연히 서로 사랑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우선순위라고 주입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항상 어떤 일이 있어도 믿고 지지하는 가족의 응원이 나온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힘든 가정사를 고백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인데 그렇게 말하는 건 좀…"이라는 말로

입을 막는 경우도 흔하다.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이미지는 가시고기처럼 사방을 헤엄친다.

아동 학대가정 폭력이 빈번한 현실은 외면한 채 '가족=사랑'이라는 도식이 한국 사회를 옥죈다.

늘 말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지만, 나쁜 가족은 있다.

나쁜 부모는 있다. 폭력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같은 말은 사랑과 친밀감이 알리바이가 될 때

얼마나 사람의 피를 말리는지 보여준다.

가족의 사랑이나 중요성을 조명하는 것만큼이나,

가족의 불완전함이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균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보자기에 싼 찬합을 건네는 '엄마',

어떤 역경이 와도 응원하는 가족,

복잡한 사정은 있지만 대충 서로 용서하는 헤피엔딩은

일부의 경험일 뿐 보편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8/20200128001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