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그 남자의 콧수염 (김규나, 조선일보)

colorprom 2020. 1. 22. 16:20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43] 그 남자의 콧수염


조선일보
                         
  •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0.01.22 03:12

김규나 소설가
김규나 소설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짧게 다듬은 까만 콧수염 밑에서 하얀 이를 드러내며 동물처럼 미소 지었다.
피부는 가무잡잡하게 햇볕에 탔고,
눈은 강간할 처녀나 도망치려는 범선을 가늠해 보는 해적의 눈처럼 까맣고 대담했다.
그녀를 쳐다보며 빙긋 웃는 입가에는 냉소적인 즐거움이 서렸고
얼굴에는 냉혹한 무자비함이 드러나서 스칼릿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ㅡ마거릿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중에서.


콧수염 기른 남자 하면 레트 버틀러가 먼저 떠오른다.
1936년에 발표된 마거릿 미첼'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히어로.

처음에는 경멸당했으나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흑기사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었고
끝내는 스칼릿의 마음을 사로잡은 레트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스칼릿의 첫사랑 애슐리가 혈기도 없고 콧수염도 기르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콧수염 있는 남자와 키스하면 따갑지 않을까 궁금하던 여학생 시절,
레트를 연기한 클라크 게이블의 사진을 구하려고 충무로를 뒤지고 다녔다.

채플린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비극적인 콧수염도 있고,
히틀러스탈린, 레닌마르크스의 잔혹하고도 폭력적인 콧수염도 있다.
콧수염 없는 조선 왕들의 어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제국의 고종순종도 권위적인 콧수염을 기르고 있다.

꽃미남, 초식남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한껏 멋 부린 콧수염이 부와 권력, 세련됨과 남성다움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어떤 이유든 외모를 조롱하는 건 유치하고 비겁하다.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콧수염이 일제 총독을 연상시킨다지만 정확히 누굴 말하는지도 궁금하다.

많은 사람이 이토 히로부미를 떠올렸겠지만 그는 총독이 아니었다.
조선총독부를 설치하기 전 통감부의 초대 통감이었다.

레트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자기 마음에 솔직하지 못했던 스칼릿을 냉정하게 떠난다.
놓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보내면 남는 건 뒤늦은 후회뿐이다.
남북전쟁을 치르느라 너무 지쳐 울 기운도 없던 스칼릿내일 다시 힘을 내어 사랑을 되찾으리라 다짐한다.

누구에게나 내일의 태양은 떠오른다.
다만 진실 없는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1/2020012103615.html



[윤희영의 News English] 주한 미국 대사의 콧수염


조선일보
                         
  • 윤희영 편집국 에디터
             
입력 2020.01.09 03:13 | 수정 2020.01.09 06:17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US ambassador to Korea)가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complain of an injustice).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fivefold increase for its defense-cost sharing deal)
압력으로 한국민의 거센 항의를 한 몸에 받게 된(become a lightning rod for Koreans' outcry) 것도 난감한데, 난데없이(out of the blue) 콧수염 비난까지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해리스 대사는 2018년 7월 한국에 부임하면서 콧수염을 기르기(grow a mustache) 시작했다.
해군 태평양사령관 재직 시절엔 언제나 수염을 말끔히 깎은(be clean-shaven) 모습이었다.
군인 경력과 외교관의 새 역할을 구분하고
(make a break between his career as a military officer and his new role as a diplomat)
싶어서였다고 한다.

[윤희영의 News English] 주한 미국 대사의 콧수염

그런데 최근 반미 시위대가 시비를 걸고 나섰다(pick a quarrel).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례하고 강압적인 접근(disrespectful and coercive approach)을

상징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총독들을 연상시킨다는(be reminiscent of the governors-general) 지적도 나온다.

일제 식민 통치 당시 총독 8명이 모두 콧수염을 달고 다녔다는(wear a mustache) 것이다.

그가 대사가 아니라 총독 같다는 우롱을 당하는

(be ridiculed for not being an ambassador but a governor-general)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미 해군 장교였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출생지도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였다.

그래서 그는 주한 미국 대사이면서도 한국보다 일본을 더 선호하는(favor Japan over Korea)

타고난 친밀감을 갖고 있다는(have a natural affinity) 주장까지 나온다.

심지어 콧수염을 하고 있는(sport a mustache) 것은

일제 식민 통치자들을 모방한(emulate the colonial rulers) 것이며,

계산된 모욕(calculated slight)이라는 악담까지 한다.

반미 시위대 일부는 대사관 앞에서 그의 사진을 세워놓고 콧수염 뜯어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어처구니없어 말도 안 나온다는(be preposterous and dumbfound) 입장이다.

그는 한 영자 신문 인터뷰에서 "외교관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자 키를 키워보려 했는데 안 커지더라.

그래서 젊어지려 해봤는데 젊어지지도 않더라. 그런데 콧수염은 기를 수 있으니 길러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한국의 많은 독립운동 지도자(independence leader)들도 콧수염을 기르셨다. 왜 거기에 대해선 아무 말 안 하면서 일제 총독 같다는 소리만 하나.

내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일본계가 아니라 주한 미국 대사로서 하는 것이다."

비난을 가라앉히기 위해(in a bid to quell the criticism) 콧수염을 깎을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내 콧수염이 한·미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납득시켜 보라(convince me).

그럼 밀어버리겠다(shave it off)."



[영문 참고자료 사이트]

https://www.telegraph.co.uk/news/2019/12/30/us-ambassador-defends-moustache-south-koreans-bristle-disrespectful/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7840651/US-ambassador-South-Korea-defends-mustache-accused-disrespectful-facial-hair.html

https://www.independent.co.uk/news/world/asia/us-ambassador-south-korea-moustache-disrespectful-facial-hair-harry-harris-japan-a9264776.html

https://www.foxnews.com/world/us-ambassador-to-south-korea-defends-offensive-mustache-says-its-a-break-from-military-life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8/20200108040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