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본 후지TV에서 니트족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학생도 아닌데 무직이면서 취업훈련도 받지 않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한 20대 남자를 인터뷰했다.
"왜 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남자는 "일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 말은 당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고 지금도 '니트족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한 말'로 회자되고 있다.
나중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니트(NEET)족은 1999년 영국 정부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말로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영국에서는 특히 10대 후반 세대를 가리킨 용어였으나 일본에서 널리 쓰이면서 18세 이상 성인으로 확대됐다.
우치다 다쓰루 고베여대 교수는 책 '하류지향'에서 니트족을
"풍족한 사회에서 성취동기를 상실한 신인류"로 묘사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적은 돈을 받느니
놀면서 부모 잔소리를 듣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세대라고 했다.
▶한국은 청년 니트족 가운데 대졸자 비율이 42.5%로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대졸 취업준비생을 니트족에 포함시키기 때문인데,
한때 대학 진학률이 83%까지 치솟은 고학력사회의 부작용이다.
청년 니트족 30%가량이 1년 이상 실업 상태라는 보고서도 있어,
니트족 탈출 비율도 그만큼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한국의 니트족 가운데 40대가 19만5000명이나 되고 그 증가율은 20·30대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실제로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49개월 연속 감소했다.
게다가 30대에 니트족을 탈출하지 못하고 40대가 된 사람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인구의 허리인 40대 20만명이 노부모에게 얹혀사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해, 중년 니트족이 123만명으로 청년 니트족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취업 빙하기 시대'에 정규직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영원한 니트족'으로 눌러앉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40대 니트족의 부모들은 1970~80년대 본격적인 경제 성장의 혜택을 입은 세대다.
중년의 자식을 부양할 능력이 되는 7080세대가 적지 않다.
자식을 어쩌겠느냐며 체념할 가능성이 크다.
얹혀사는 중년이 일본처럼 계속 늘면 사회 한구석이 무기력해진다는 뜻이다.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 노인 알바에 몇 조원씩 쏟아부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