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일본]1912년에 남극대륙 상륙한 일본인 (신상목 대표, 조선일보)

colorprom 2019. 12. 27. 16:29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55] 1912년에 남극대륙 상륙한 일본인


조선일보
                          
  •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입력 2019.12.27 03:11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1902년 영국로버트 스콧남극대륙 서안에 도착하자 인류의 남극점 도달 경쟁이 본격화된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스콧과 벌인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1911년 12월 19일 남극점을 밟은 노르웨이아문센이었다.

아문센 일행 귀환을 위해 고래만(灣) 근해에서 대기하던 '프람(Fram)'호는 뜻밖에 배 한 척과 조우한다.

일본 남극 탐험선 '가이난마루(開南丸)'였다.

탐험대 리더 격인 시라세 노부(白瀨矗·1861~1946)는

어릴 적 난(蘭)학자 스승에게 전해들은 유럽의 탐험가 스토리에 매료되어

평생 극지(極地) 탐험을 꿈꾸며 극기(克己)를 연마한 별난 인물이었다.

군에 입대하여 항해, 측량, 오지(奧地) 생존술 등을 몸에 익힌 시라세는 1910년 남극점 정복 도전을 결심한다. 그의 결의는 뜨거웠으나 사람들 반응은 미지근했다.

서구인도 해내지 못한 남극점 도달을 일본인이 해낼 리가 없다는 냉소마저 있었다.

필요 경비의 20%에 불과한 정부 예산만 승인되고 나머지는 민간 모금에 의존해야 하는 난관의 연속이었으나, 시라세는 부족한 대로 선박과 장비를 마련하여 1910년 11월 대망(待望)의 남극 탐험길에 오른다.

항행에만 1년이 걸린 고생에 더하여

기항지인 호주에선 '고릴라가 남극에 가려 한다'는 인종차별 조롱도 받았다.

시라세 탐험대는 1912년 1월 16일 기어이 남극대륙에 상륙한다.

지금도 남극에는 이때의 상륙을 기념하여 'Shirase Coast' 'Kainan Bay'라는 공식 지명이 남아 있다.

기상 악화로 남위 80도에서 끝난 짧은 여정이었지만,

아시아 변방 일본남극 대륙에 영유권 국기를 꽂은 것은 서구 국가들을 경악시켰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답(未踏)의 영역에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파이어니어(pioneer) 정신'은

서구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시대였다.

이제는 일본이 그 정신을 체화하여 경쟁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일본의 '탈아입구(脫亞入歐)' 근대화가 지향한 세계관 전환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6/20191226031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