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 개혁이란 지급액을 줄이는 것이다. 반길 사람이 없다.
수급자와 가입자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그러는 사이 막대한 빚이 나라의 목을 조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각종 연금을 지급하려고 올해 415조원가량을 쓴다. GDP 대비 14%에 이른다.
아일랜드나 이스라엘 경제 규모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작년까지 프랑스의 나랏빚은 3260조원대다.
연금제도를 고치지 않고 가다가는 나라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서 마크롱은 42가지 연금을 통합하고, 첫 수령 나이를 64세로 2년쯤 늦추는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건 프랑스가 연금 재정을 파탄에 빠뜨린 결정적 실책을 저지른 순간이다.
첫 좌파 대통령이던 프랑수아 미테랑은 1983년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고
연금 수령 나이를 65세에서 60세로 확 낮췄다.
장년층을 한꺼번에 퇴직시키고 빈자리에 젊은층을 밀어넣으려는 우격다짐이었다.
갑자기 늘어난 은퇴자들을 먹여 살리느라 나라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연금 수령 나이를 62세로 소폭 끌어올리기까지 27년이 걸렸다.
일찍 은퇴해 일을 안 하고 연금에 기대려는 국민의 반대를 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는 혜택이란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 도입할 때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도중에 무리다 싶으면 제때 손봐야 한다.
표가 무서워 방치하면 프랑스처럼 손을 쓰기 어려운 중환자가 된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미래 세대를 위험에 빠뜨리는 미테랑식 헛발질이 한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