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평양남자 태영호의 서울 탐구생활]
북한은 예술 문화 정책으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미신 행위는 마약, 성매매, 도박, 밀수와 함께 5대 범죄에 속한다.
현실은 따로 논다.
섣달 그믐에 새해 운세를 알아보거나, 아이 이름을 지을 때, 장사를 시작할 때 점을 보는 건 기본이다.
간부 아내들이 남편 승진이나 보직 이동, 해임, 철직(직위 해제) 등 신상을 알아보고
북한에서 점쟁이가 많아진 것은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다.
평양에서는 단속이 심해
가족이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려도 점쟁이를 찾는다.
1990년대 초 내가 북한 외무성에서 일할 때 나이 든 직원 한 분이 아내 병을 고치려고 점쟁이가 하라는 대로
액땜을 했다가 지방으로 추방되는 사건이 있었다.
사연은 이랬다.
간암 진단을 받은 아내의 병세가 악화돼 점쟁이를 찾아갔다.
점쟁이는 모란봉 을밀대 옆 나뭇가지를 꺾어 대동강물에 씻은 다음
그것을 가지고 아내와 함께 윗집 베란다에 올라가 대동강을 향해 병을 낫게 해달라고 세 번 빌라고 했다.
평생 외국을 오가며 외교관 생활을 한 그였지만 점쟁이가 하라는 대로 했다.
윗집 주인 부부가 직장에 가고 중학교 다니는 딸만 있을 때
베란다에 올라가 대동강을 향해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빌었다.
이걸 지켜본 윗집 딸이 아버지에게 일러바쳤다.
외무성 당위원회에 신고가 들어가 그 직원은 지방으로 추방됐다.
결국 아내는 간암으로 사망했다.
점은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를 파고든다.
최근 대북 제재 속에서 미신 행위가 빠르게 퍼져 나가자
북한 당국은 공개 재판과 공개 처형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9월 19일 자 북한 노동신문은
"지금 적대 세력들이 우리 내부에 종교와 미신 등 부르주아 사상 독소를 유포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책동하고 있다"면서 미신 행위를 경고했다.
나는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형법으로 점이나 사주팔자를 봐주는 것을 다스리는 것은 지나친 인권유린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