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국민이다 절규했던 소상공인들 정당 창당 나서
국가에 배신당했다 느낄 땐 서민들 들고일어날 수밖에
야근을 마치고 탄 택시의 운전기사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
태평성대의 대명사 격인 '요순시대'의 격양가(擊壤歌)는 이런 내용이다.
문재인 정권의 최대 피해자이자 희생양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달 초 서울 공군회관에서 소상공인당(가칭) 중앙당 창당 발기인대회를 연 데 이어,
지난 14일 중앙선관위에서 중앙당 창당 준비위 결성 신고필증을 받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직격탄을 맞아 생존 기반이 벼랑 끝에 내몰리자
조직적 '항거'를 시작한 것이다.
강계명 창당준비위원장은 "서울과 경기, 인천, 부산, 경남 등에서 시도당을 만들고 있다"며
"12월 중 중앙당을 창당하고 내년 총선 때 여러 곳에서 후보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올해를 '소상공인 정치세력화의 원년'이라고 선포했다.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남으려, 내 권리를 지키려 싸우겠다는 뜻이다.
정부도, 정치권도 믿지 못하겠다는 몸부림이다.
전국 소상공인 3만여명이 장대비가 쏟아지는데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우리도 국민이다. 우리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절규했던 게 작년 여름이다.
소상공인들은 "우리가 이렇게 모인 건 역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고, 아픔을 달래주지도 못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1년간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절망과 배신감만 남았다"고 말했다.
민초(民草)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정당을 만들겠다는 건 대단히 비정상적인 기현상이다.
이 당이 실제 의미 있는 정당이 될지도 미지수다.
그들 스스로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건 절박함 때문이다.
서민들 반발은 정부 정책이 자신들에게 해롭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겐 손해지만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이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거부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다는데, 이념적 도그마에 빠져 특정 세력·집단에 치우친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그건 폭정(暴政)이고 독재이다.
근대 자유주의의 사상적 토대를 놓은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자연 상태, 즉 이성적인 국가가 없는 상태일 때 인간은 투쟁 상태에 빠진다고 했다.
수백년이 지난 현대에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국가들이 있다.
정부가 무능하고 공정하지 않다면, 최소한 공정하다고 인정받지 못하면 국민은 들고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보고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