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아르헨티나]호주·뉴질랜드와 경쟁하던 아르헨티나, 국가부도만 8번 겪은 이유는?

colorprom 2019. 11. 4. 16:42


[줌인] 호주·뉴질랜드와 경쟁하던 아르헨티나, 국가부도만 8번 겪은 이유는?



입력 2019.11.04 14:57

1970년대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돼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만화영화 ‘엄마 찾아 삼만리’는 이탈리아 아동 문학 작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아펜니노 산맥에서 안데스 산맥까지’가 원작이다.

1880년대 쓰여진 아미치스 원작을 보면 이탈리아 소년 마르코의 엄마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1만1000킬로미터 떨어진 남미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떠난 엄마의 발걸음을 쫓는 마르코의 고된 여정이 이 동화의 줄거리다.

19세기말 아르헨티나는 이처럼 유럽에서도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세계적인 경제부국(富國)이었다. 일본보다 14년 빠른 1913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지하철을 놓았고, 20세기 중반까지 호주·뉴질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흥 농업대국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는 여태까지 70년 넘게 추락만 거듭했다. 국가 부도 선언만 9차례를 했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은 횟수는 30차례에 달한다. 2001년에는 아예 모라토리엄(moratorium·지불유예기간)을 선언했다. ‘돈은 받았지만, 빚을 갚을 여력이 없으니 마음대로 해라’는 선언이었다.

 포퓰리즘 성향 좌파 정권을 지지하는 아르헨티나 시위대가 지난 31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국제통화기금 사무소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포퓰리즘 성향 좌파 정권을 지지하는 아르헨티나 시위대가 지난 31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국제통화기금 사무소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1일 아르헨티나 경제가 만성적인 위기에 처한 주원인이 예산 규모에 비해 과다한 채무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정 불안으로 긴축 예산을 짜는데 실패한 점을 꼽았다.

2003년 취임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과 그 뒤를 이어 2007년 집권한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복지’라는 이름으로 재정 지출을 대폭 늘렸다. 전기·휘발유·대중교통 보조금과 집세 보조금을 지급하고, 모든 학생들에게는 나라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나눠줬다. 모자라는 돈은 외국에서 빌려오거나 돈을 찍어서 조달해왔다.

경제 성장 없이 지출만 늘리다 보니 재정 적자는 매년 급속히 불어났다. 아르헨티나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09년 1.5%에서 2015년 5.4%, 2018년에는 7%로 올랐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매년 130조원이 재정적자로 쌓이는 셈이다.

외국서 빌린 돈만으로는 ‘복지라는 이름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쓸 돈이 부족했고,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새로 돈을 찍어냈다. 그 결과 2018년 물가상승률은 48%를 기록했다. 살림을 꾸릴 돈이 부족하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상습적으로 ‘일단 쓰고 보자’는 자세를 보인 대가다.

지난달 대선에서 패배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前) 대통령은 긴축을 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물가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포퓰리즘의 달콤한 맛을 본 국민들이 ‘신자유주의자는 물러가라’고 거세게 반발하자 이내 긴축을 포기했고, 재정적자는 다시 늘어났다. 포퓰리즘의 악순환에 들어선 것. 여기에 지난달 나라를 거덜낸 채 퇴장했던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이 새로 부통령 자리에 오르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아르헨티나 주가(메르발 지수)는 포퓰리즘 성향의 좌파 정권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커진 지난 8월 9일 이후 9월 4일까지 불과 한달도 안되는 사이 48% 폭락했다. CNBC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구체적이고 확실한 채무 구조 조정 계획을 내놓을 때까지 환율 시장과 증시 불안정성은 계속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 재정수입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 수출세를 인상하고, 개인 재산세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4/20191104020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