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일본]日 법무상 사퇴

colorprom 2019. 11. 4. 16:17



[만물상] 법무상 사퇴


조선일보
                         
             
입력 2019.11.02 03:16

염치를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던 옛 선비들이 지켜온 제도가 피혐(避嫌)이다. 관직에 나가 털끝만 한 흠이 있다거나, 혐의가 있다는 비난이라도 받으면 즉각 물러났다. 언관(言官)의 탄핵을 받으면 비록 풍문일지라도 일단 물러나야 하고 결백이 밝혀진 뒤 복직하는 '풍문 탄핵'도 있었다. 당사자는 억울하더라도 청렴·공정 같은 공직의 가치가 훼손되는 걸 막는 게 먼저였다. 중국에서 시작돼 유교 문화 전통이 강한 한국, 일본에 전파됐다고 한다.

▶그제 일본에서 우리 법무장관에 해당하는 가와이 가쓰유키 법무상이 아내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사퇴했다. 주간지가 의혹을 보도한 지 반나절 만이었다.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당사자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의혹을) 조사하는 사이 법무 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가 1분 1초도 손상돼서는 안 된다"며 사표를 던졌다. 공직자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보여준 퇴장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가와이 사퇴는 한국에서 더 화제인 듯싶다. 검사들도 관련 기사를 돌려 보거나 지인들에게 보낸다고 한다. 그냥 풍문 탄핵 수준이 아니라 하루가 멀다 하고 일가족 비리 혐의가 밝혀지는데도 장관 자리에서 35일간이나 굳세게 버틴 조국씨를 생각하며 '염치' '피혐' 같은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가와이의 아내까지 사과했다. 조국 아내는 혐의를 남에게 떠밀고 있고, 동생은 구속을 면하려 꾀병까지 부렸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 정당이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후보자 낙마 사유를 분석했더니 투기, 부당 이득, 거짓말·위증, 탈세, 가치 논란, 논문 표절 의혹 순이었다고 한다. 조씨 일가는 거의 대부분이 해당한다. 역대 총리 후보자가 6명 사퇴했는데 변호사 시절 수임료, 교회 장로 시절 발언 파문, 자녀 이중 국적, 위장 전입, 위증 의혹 등이 원인이었다. 불법이 없었어도 당시 정치 상황이나 '국민 정서'를 건드린 죄로 물러났다. 김영삼 정권 때 법무장관은 미국서 태어난 딸이 외국인 특례로 대학에 들어간 일로 열흘 만에 사퇴했다. "지금껏 사퇴한 후보자들 잘못을 다 합쳐도 조국 한 사람만 못할 것"이라는 말이 과장 이 아니다.

▶가와이가 사퇴하자 일본 총리는 "임명한 것은 나" "책임을 통감한다"며 즉각 사과했다. 군말도 뒤끝도 없었다. 우리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 안 한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희대의 파렴치 위선자 장관을 감쌌다. 조국이 사퇴하자 검찰·언론에 대고 화풀이하고 있다. 이웃 나라에서 들려온 소식이 공직자와 그 임명권자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1/20191101030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