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우리는 왜 늘 돈에 쪼들릴까 (백영옥, 조선일보)

colorprom 2019. 10. 19. 14:17

[백영옥의 말과 글] [120] 우리는 왜 늘 돈에 쪼들릴까


조선일보
                         
  •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19.10.19 03:12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돈을 빌리지 않았다. 당당하게 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0년대 초반 한 대기업 카드사의 카드론 광고 문구였다.

지하철 역사에서도 신용카드 가입이 가능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알다시피 몇 년 후 신용 불량자가 쏟아졌다.


댄 애리얼리'부의 감각'은

돈에 대한 우리의 비이성적인 인지적 편향(심리적 회계, 매몰 비용 등등)을 파헤친 책이다.

'이 커피는 하루에 4달러입니다'라는 말과 '

이 커피는 1년에 1460달러입니다'라는 말은 같은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비슷한 예로 사람들은 은퇴 뒤에 현재 소득의 80퍼센트만으로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고 대답하지만,

현재 소득 가운데 20퍼센트가 줄어들면 제대로 살지 못할 거고 응답했다.


같은 말에 반응이 왜 이렇게 다를까.

가령 100달러짜리 티셔츠에는 눈이 가지 않지만

200달러짜리 티셔츠 옆에 '파격 50퍼센트 세일!'이란 문구가 붙어 있다면 눈길이 간다.

이 역시 심리적 편향과 연관 있다.


과거의 가격이 '닻'(앵커링 효과) 역할을 하며 가격이 싸 보이기 때문이고,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세일 문구가 눈에 띄어 선택 폭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표에 무엇이 쓰여 있든 100달러는 100달러일 뿐이다.

저녁으로 뭘 먹을래, 라고 묻는 것과 치킨과 피자 중 뭘 먹을래, 라고 묻는 건 어떤가.

사람들은 대부분 둘째 질문을 더 좋아하는데, 머리를 더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심리적 지름길'을 좋아한다.

이처럼 손쉬운 선택을 선호하는 뇌의 경향 때문에

우리는 애초에 사려던 물건은 잊고, 1+1이나 반값 세일, 미끼 상품에 휘둘리는 것이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자가 아니라 경제학자였다면

그는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을 E=mc²이 아니라

'100달러200달러 반값 할인'으로 바꿨을 것이다."

심리학을 꿰뚫은 마케터와 광고업자들에게 매번 지고야 마는 내겐 잠언 같은 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9/20191019000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