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징비록
박종인 지음ㅣ와이즈맵ㅣ400쪽ㅣ1만8000원
동북아 정세가 요동친다. 풍전등화 같았던 구한말 한반도의 운명이 아른거린다고들 한다. 1910년 대한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서구 열강과 일본이 벌인 파워게임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갔다. 이 참사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조선일보 여행문화 전문기자인 저자가 조선과 일본, 유럽의 운명이 갈린 기점을 찾아 15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지동설을 설파한 코페르니쿠스의 논문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출판됐다. 실증적 세계관으로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 사건이었다. 일본은 유럽의 철포(鐵砲)를 받아들였다. 훗날 조선 침략(1592)의 선봉에서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첨단 무기였다.
조선에선 풍기 군수 주세붕이 최초의 서원(書院)인 백운동서원을 세웠다. 서원은 성리학의 사당이자 교육기관이다. 세계가 미몽(迷夢)을 떨치고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일 때 조선은 형이상학의 세계로 걸어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다.
이후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지배집단이 어떻게 나라를 망하는 길로 이끌었는지 파헤친다. 자랑스럽지도 찬란하지도 않은, 우리 역사의 어두운 일면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된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실패사는 배우지 않았다. 조선 망국사를 분석하지 않으면, 또 우리는 패배한다. 똑 같은 패턴으로 또 패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