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책] L.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김규나, 조선일보)

colorprom 2019. 9. 25. 14:31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6] 마녀를 녹이는 기적


조선일보
                         
  •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19.09.25 03:10

김규나 소설가
김규나 소설가


"어머나, 어쩌면 좋아요. 죄송해요." 도로시는 황설탕처럼 녹고 있는 마녀를 보며 겁에 질려 말했다.
"물이 내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몰랐단 거냐?" 마녀가 절망적으로 울부짖었다.
"네, 정말 몰랐어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았겠어요." 도로시가 대답했다.
"아아, 평생 나쁜 짓만 하며 살아온 내가 고작 너 같은 어린애한테 당해 생을 마칠 줄이야."

ㅡ L.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중에서.

토네이도에 휘말려 마법의 나라에 오게 된 도로시가 여러 친구들을 만나 모험을 펼치는 '오즈의 마법사'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1900년에 출간한 동화이다.

겁쟁이 사자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싶은 양철 나무꾼, 똑똑해지길 원하는 허수아비는
마음속에 이미 용기와 사랑과 지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소중한 것은 모두 자신 안에 갖추어져 있으며 인생이란 그것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작품은 말하고 있다.

L.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는 사악한 욕심쟁이 마녀들을 물리치고 노예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자유를 돌려준다.
정의를 찾겠다거나 영웅이 되겠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첫째 마녀는 도로시를 싣고 날아간 오두막이 하늘에서 떨어질 때 그 밑에 깔려 죽었고,
둘째 마녀는 화가 난 도로시가 퍼부은 물벼락을 맞고 녹아버렸다.
마녀가 빼앗으려던 자신의 은구두가 마법의 힘을 가졌다는 것도,
마녀의 천적이 물이었다는 것도 도로시는 알지 못했다.

"착한 힘은 악한 힘보다 강해"라고 작품에 썼던 작가는
"아이의 순수함이 기적을 일으키는 마법 지팡이"라고 말했다.
어린 소녀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며, 거대한 악을 이기기 위해 엄청난 선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깊은 동굴 속 오랜 어둠이 성냥불 하나 탁 긋는 순간, 단번에 사라지듯.

악을 산처럼 쌓아놓고도 마녀처럼 모든 것을 누리며 잘 살아온 사람이 있다.
그를 보면서도 세상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순진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런 믿음이 우리 현실에선 어떤 기적을 일으킬까.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며 수사를 받느냐"고 일갈했던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향후 그의 결말이 정말 궁금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4/2019092403353.html